NC 손민한. 스포츠동아DB
NC 손민한이 시즌 네 번째 등판을 마친 지난달 29일, 다른 구장에서 TV로 중계를 지켜보다 옆에 있던 한 야구 관계자에게 물었다. “30대 후반의 투수가 3년의 공백기를 보내고도 어떻게 저런 투구를 할까요.” 그러자 그 관계자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저런 게 바로 타고난 재능이겠죠.”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비슷한 대답을 했다.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무언가가 있는 거예요.”
재능, 그것도 타고난 재능. 누군가에겐 경외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재능을 타고난 야구선수는 대부분 필연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된다. 손민한도 그랬다. 한때 ‘전국구 에이스’로 불렸다. 몸도, 마음도 야구선수로 타고났다고들 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야구장을 떠났던 그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야구장으로 돌아오는 것밖에 없었다. 여전히 그를 향한 동료들의 시선은 차갑지만, 적어도 팬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했다.
우리 프로야구도 이제 30년을 넘겼다. 30년이면 한 세대다. 어린아이가 성장해 어른의 바통을 이어받는 시간이다. 수많은 스포츠 가운데서도 특히 야구는 그 역사성 때문에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는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또 다른 이름은 ‘폴 클래식’이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클래식)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의 흐름 속에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다. 세대를 초월하는 능력으로 세대를 잇는 선수. 막내 구단 NC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손민한의 손을 잡은 이유 역시 어쩌면 그런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팀에 ‘경험’과 ‘기억’을 수혈할 주춧돌 말이다. 마산구장 관중석에는 분명히 8년 전 ‘롯데의’ 손민한에 열광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을 것이다. 아들,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아 2005년의 손민한에 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부모. 그리고 그 아들과 딸은 훗날 2013년 나성범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태동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게 될 지도 모른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