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박인비. 사진제공|IB월드와이드
■ US 오픈 우승…메이저 3회 연속 우승 쾌거…세리키드, 세리를 넘다
선수 한 시즌 최다승 박세리 넘어 시즌 6승…데뷔 7년차 상금 수입 박세리와 비슷…브리티시오픈 우승땐 PGA·LPGA 사상 첫 그랜드슬램
‘골프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원조 골프여왕’ 박세리(36·KDB금융그룹)를 넘어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박인비는 1998년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US여자오픈 정상을 차지했던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키즈’다. 그런 박인비가 이제는 박세리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 25승 vs 9승
박세리는 1998년 미 LPGA 투어에 데뷔했다. 1997년 퀄리파잉스쿨을 1위(크리스티 커와 공동1위)로 통과해 LPGA 무대를 밟았다. 박세리는 16시즌 동안 통산 25승을 기록했다. 우승은 데뷔 초반부터 7년차까지 집중됐다. 박세리는 데뷔 첫해 메이저 2승(LPGA챔피언십·US여자오픈) 포함 4승을 올렸다. 이듬해도 4승을 추가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2000년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11게임 밖에 나서지 못한 박세리는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뒤 2001년과 2002년 5승씩을 추가하며 데뷔 5년 동안 무려 18승을 올렸다. 2003년 3승을 추가한 박세리는 데뷔 6년 만에 20승 고지를 돌파했다. 2004년 1승을 추가해 7시즌 동안 22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2007년 데뷔했다. 2006년 2부 격인 퓨처스 투어 상금랭킹 3위에 올라 LPGA 입성에 성공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4년 넘게 LPGA 투어 우승이 없었다. LPGA 투어에서는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와 말레이시아 사임다비 우승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냥에 돌입했다. 올해 6승을 추가한 박인비는 통산 9승을 기록 중이다. 한국 선수 역대 3위(2위 신지애 11승)에 해당한다.
● 데뷔 6,7년차 전성기는 비슷
박인비는 박세리와 닮았다. 특히 상금 수입에 있어서 닮았다. 박세리는 16시즌 동안 통산 1190만3003달러(한화 약 135억1580만원)를 벌었다. 322개 대회에 나섰으니 대회 당 약 3만6960달러(약 4196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박세리의 수입은 우승이 몰린 데뷔 6∼7년차까지 집중됐다. 7시즌 동안 번 수입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데뷔 첫해 87만2170달러를 시작으로, 2001년 162만 달러를 벌어 처음 100만 달러를 돌파했고, 2002년엔 역대 최다인 172만2281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2004년까지 7시즌을 뛰며 801만9359달러(약 91억598만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박인비는 7시즌(2013시즌 진행 중) 동안 737만4551달러(약 83억738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148개 대회를 뛰어 대회 당 약 4만9828달러(약 5657만원)를 벌고 있다.
● 박세리 넘어 새 역사 창조
박인비는 우상의 기록을 차근차근 넘보고 있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과 동시에 박세리의 기록을 바꿔 놨다. 박인비는 19세11개월6일로 우승을 차지해 박세리가 보유한 20년 9개월(1998년 우승)을 깨고 최연소 US여자오픈 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박세리 뛰어넘기가 시작됐다. 이번 우승으로 두 가지 새 기록을 썼다. 가장 먼저 한국 선수 최다승이다. 6승째를 신고하면서 박세리의 5승을 넘어섰다.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 기록도 갈아 치웠다. 박세리는 1998년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2승을 기록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3승을 기록했다.
메이저 최다승 기록 경신도 사정권에 들어 왔다. 박세리는 통산 메이저 5승을 기록했다.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승만 추가하면 박세리와 타이를 이룬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도 박세리보다 박인비가 먼저 이룰 가능성이 높다. 박세리는 메이저 5승을 기록했지만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오픈(8월1∼4일)만 추가하면 된다.
박인비가 박세리를 넘어선 기록도 수두룩하다. 박인비는 4월 16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12주째 1위자리를 지키며 ‘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박세리는 한번도 세계랭킹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수상 경력에서도 박인비가 앞선다.
박세리는 1998년 신인상, 2003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수상한 게 전부다. 상금랭킹 2위만 4차례(1998년, 2001년, 2002년, 2003년) 기록했다.
박인비는 작년 LPGA 상금왕과 베어트로피를 수상했다. 올해는 상금과 베어트로피는 물론 ‘올해의 선수’까지 타이틀 독식이 예상된다.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은 시즌 시작 때부터 목표로 정했다. 주변에서 그랜드 슬램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그와 같은 큰 영광을 앞두고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