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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와 2km… 주한미군 60년 역사의 땅, 이제 평화의 성지로

입력 | 2013-07-02 03:00:00

[준비해야 하나 된다] ‘평화포럼’ 캠프 그리브스는 어떤 곳




‘제1회 캠프 그리브스 평화포럼’이 열릴 경기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 내 주차장 일대. 정전 직후부터 주둔했던 미군이 떠난 이후 들풀만 평화롭게 자라고 있다. 주차장 뒤편 미군 막사로 쓰이던 건물은 이 일대를 체험형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경기도와 파주시가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파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경기 파주시 군내면 옛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 바라본 임진강은 절경 그 자체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임진강과 넓게 펼쳐진 임진각 일대가 어우러져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북쪽을 바라볼 때면 분위기는 우울해진다. 통일대교를 건너 캠프 그리브스 인근을 지나 북한 개성공단으로 향하던 차량 행렬은 이 일대에 활력을 주곤 했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7월부터 50여 년간 미군이 이곳에 주둔했다. 지금의 휴전선 일대에서 격전을 치른 미군이 그 중요성을 알고 만든 기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를 지원하기 위한 주한미군 전투시설로, 손꼽히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2004년 미군이 철수한 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됐다.

한때는 남북대결을 상징하듯 미군의 핵심 전력이 주둔했던 곳. 지금은 냉랭한 남북관계를 보여주듯 한여름에도 스산하기 그지없는 공간. 이 기지는 주한미군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임진강 북쪽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너머에 자리 잡았다. 남방한계선에서는 고작 2km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남북 평화통일의 싹을 틔우자는 뜻에서 동아일보가 파주시, 국방부와 함께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27일 ‘제1회 캠프 그리브스 평화 포럼’을 개최한다.

캠프 그리브스는 한반도의 분단과 미군 주둔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미군이 철수하고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이곳은 6·25전쟁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포럼 개최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다. 포럼은 평화통일을 이끌어갈 청년 리더 격인 ‘영 피스 리더(Young Peace Leader)’들이 참가해 진행되며 오후 7시부터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열릴 기지 내 주차장 옆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미군이 쓰던 생활관과 체육관, 탄약고, 장교 부사관 숙소, 수영장 등 미 군사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비닐하우스 모양으로 지붕을 함석으로 만든 막사인 ‘콘센트 막사’도 잘 보전됐다. 모두 50년이 넘은 건물들. 미국이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해외 주둔 지역에 건축한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희귀 사례로 꼽힌다. 언덕과 좁은 길을 그대로 살려 지은 점도 특이하다. 캠프 그리브스 측은 군사용으로 활용할 당시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보육원 등에서 생활하는 지역 어린이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현재 체류형 안보체험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전하고 안보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당초 캠프 그리브스는 군사적 요충지라 한국 군 당국이 계속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군사시설로 계속 활용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안보체험시설로 활용하자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제안을 지난해 수용했다. 캠프 그리브스의 22만5000여 m²(약 6만8000평) 가운데 군 사용 시설을 제외한 52%(11만7000여 m²·약 3만5400평)를 5개 구역으로 나누고 3개 구역을 ‘안보체험시설’ ‘생태예술’ ‘휴양시설’ 구역으로 꾸밀 계획이다. 미군이 사용하던 막사와 사무실 체육관 강당 등을 그대로 활용해 미군기지 본연의 모습을 살린 독특한 체험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런 현장을 둘러보며 남북 대치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앞으로 미래 지향적인 평화통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 당국은 평소 민통선 이북 지역의 출입을 일몰 이전까지로 통제한다. 하지만 이번 포럼의 의미를 받아들여 일몰 이후에도 포럼 축하공연이 열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축하 공연에선 과거의 대결, 현재의 갈등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후반부에는 장르가 다른 예술 분야가 하나로 묶여 화합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클래식과 밴드 등 서로 다른 음악이 한데 섞여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며 공연은 절정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하나 되는 그날을 기원하며.

파주=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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