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부 웨딩드레스-베이비 허니문… 떠오르는 관련 마케팅
요즘 젊은 신혼부부에게 ‘속도위반’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당당히 혼전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안전하고 쾌적한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속도위반 마케팅’ 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보 기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웨딩박람회를 찾아 상담을 요청했다. “임신한 신부에게 맞는 드레스가 있느냐”고 묻자 웨딩플래너는 “그런 신부님들이 많이 찾아오세요”라며 임신부 웨딩드레스를 보여줬다. 허리 라인이 가슴께로 올라가고 치마 품이 종 모양으로 풍성하게 들어간 ‘벨 라인’ 드레스였다.
신혼여행 업계에서도 임신부 신혼여행 상품이 인기 있다. 주요 여행전문업체 사이트에서는 허니문 상품 중 ‘베이비 허니문’ ‘태교 허니문’ 등의 이름으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한 여행사는 창사 기념으로 임신한 신부에게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드림리조트의 공대성 차장은 “‘베이비 허니문’은 신부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 비행 거리가 4시간 이내인 지역으로 추천한다. 입덧하는 신부를 위해 음식에 강한 향신료를 쓰는 동남아 지역 대신 휴양 시설이 잘 갖춰진 괌이나 사이판이 인기 있다”고 말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공개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혼전 임신을 숨기거나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사례가 줄어든 것”이라며 “혼전 임신이 책임감 있는 결혼으로 이어지고 임신한 신부를 배려하는 상품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의 혼전 임신 공개 등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배우 장동건, 고소영 씨 부부는 2010년 결혼 발표 당시 임신 4개월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올해 1월에 결혼한 배우 엄태웅 씨 부부도 임신 3개월차 ‘속도위반’ 부부였다. 지난달 4일엔 배우 김재원 씨가 임신 3개월인 예비신부와의 결혼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늦은 결혼으로 불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혼전 임신을 할 경우 낙태하지 않고 오히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혼 남녀 374명 중 ‘혼전 임신’을 한 채 결혼했다고 답한 사람이 30.5%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웨딩업계 종사자들은 최소 열 커플 중 한 커플 정도가 혼전 임신인 것으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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