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내주 발표… 매년 기능 평가해 조직 재정비사장-감사 자격도 구체화하기로
기획재정부가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매년 평가해 일부 기관의 기능을 없애는 식으로 상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타성에 젖은 공공기관에 ‘언제라도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줘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2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을 마련해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 방향에 따르면 기재부는 매년 실시하는 경영실적평가와 별개로 기관별 기능을 정밀 평가해 2개 이상의 기관에 중복돼 있거나 이름만 있을 뿐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기능을 가려 낼 방침이다. 조직 간 겹쳐 있는 기능을 하나로 뭉치거나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여러 조직 가운데 성과가 가장 좋은 조직에 일을 몰아주는 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현재 산업인력관리공단과 직업능력개발원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취업 정보 제공 등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진흥공단과 KOTRA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기관들이 협업하면 취업이나 수출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중복된 기관의 기능을 한곳으로 몰아주면 일부 조직의 자리가 줄어드는 등 ‘철밥통’이 깨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공공기관 사장과 감사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정해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금은 ‘금치산자를 제외한다’라거나 ‘덕망 있는 인사를 선임한다’는 식의 유명무실한 기준만 있지만 앞으로는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선임되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공기관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기관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강도 높게 질타한 바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