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조건 내걸어 사실상 망명거부… 스노든, 폴란드 등 21개국에 신청오바마 “정보기관 첩보수집 당연”
인테르팍스통신은 스노든이 머물고 있는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영사인 킴 세르메첸코 씨의 말을 인용해 “전날 오후 10시 반 스노든과 함께 있는 영국인 세라 해리슨 씨가 영사관을 찾아와 스노든이 망명 요청 서류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슨 씨는 위키리크스의 연구원 신분으로 홍콩에서 러시아까지 스노든과 동행한 인물이다.
폴란드와 인도, 브라질,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스노든의 망명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스노든의 ‘공항 체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 선뜻 망명 신청을 받아줄 나라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스노든은 이미 자신의 망명을 거부한 아이슬란드와 에콰도르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1개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잇달아 망명을 거부당하고 있는 스노든은 이날 자신의 망명을 돕고 있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인터넷 홈페이지에 성명을 발표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외교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까지 나를 다루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각국 지도자들에게 나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인 지도자의 이런 기만행위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그동안 망명을 요청할 권리 등 인권의 가장 강력한 수호자였는데 현 정부는 이를 부정했다”고 비난했다.
위키리크스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스노든이 이번에 러시아를 포함해 모두 19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륙별로는 유럽이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12개국, 중남미가 쿠바 등 5개국, 아시아도 중국 인도 등 2개국이다.
한편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1일 국가안보국(NSA)의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도청 의혹과 관련해 각국 정보기관이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그들(각국 정보기관들)은 세상일을 더 잘 파악하고 각국 수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며 “유럽 국가의 수도에서도 내가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는지, 내가 유럽 지도자들과 얘기할 때 발언 요지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탄자니아를 방문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미국의 안보를 해쳤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NSA의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확실한 것은 개인의 자유는 보장됐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잘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