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문화부 기자
요즘 꼬마를 재우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본다. 고현정은 물론이고 아역배우 연기가 장난 아니다. 근데 가끔은 살짝 무섭다. 애들이 정말 저럴까. 반 친구를 괴롭히며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드라마대로라면 열세 살짜리 세상은 이미 어른과 똑같은, 아니 더한 약육강식 전쟁터였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이지만, 왠지 눈길은 학부모에게 더 갔다. 아이들이 저리 행동하는 건 어른 책임이 상당할 터. 실제로 드라마 속 부모는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는 이가 드물었다. 먹고살기 바쁘거나 자기 생각에 갇혀 있을 뿐. 무신경과 집착만이 넘쳐난다.
이 모순은 참 극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따져보면 결국 책임은 부모가 져야 한다. 아이 버릇은 가정에서 든 거니까. 최근 연달아 출간된 책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과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아름다운사람들)는 이런 고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우리처럼’ 애를 키우지 않는단다.
꽤 알토란같은 정보가 담긴 이 책들이 전하려는 충고는 간명하다. 명확한 룰과 규칙을 갖고 아이를 키우라는 거다. 애는 태어나자마자 하루 4∼5회 정해진 시간에만 분유를 먹이고, 한두 달만 지나면 혼자 알아서 자는 습관을 들인다. 어릴 때부터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깨우쳐야 예절은 물론 독립심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진짜 가능할까 싶지만, 프랑스인들은 실제로 이런다.
사실 프랑스 육아법은 미국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아이 주위를 맴돌며 모든 걸 다 해주는 ‘헬리콥터 맘’은 원래 그네들 신조어 아닌가. 그들도 최근 그게 결코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단다.
얼핏 들으면 이 육아법, 한국에선 신기할 게 없다. 오냐오냐 키우다 버릇 나빠진다고 숱하게 들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가 더 미국식 교육논리에 젖어 있다. 자기 집에서 예의 없는 아이가 밖에선들 잘 할까. 무조건적 강요가 아닌, 합리적 권위는 자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거실의 왕 혹은 여왕은 부모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