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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현 회장 구속을 보며 대기업이 갈 길을 생각한다

입력 | 2013-07-03 03:00:00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제 구속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임직원 복리후생비를 부풀려 600억 원을 가로챘고,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서 근무하지도 않은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했다고 속여 그 돈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 회장은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제일제당의 경영을 맡은 뒤 CJ그룹을 33조 원 규모의 재계 14위 그룹으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 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소득세 600억 원을 포탈하고 차명으로 해외 미술품을 사고팔아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역외(域外) 탈세를 중점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대기업 회장은 여전히 주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실이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다.

대기업의 실패는 특정 기업의 실패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입힌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과소 평가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대기업 총수의 불투명한 경영 및 전횡과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회장의 뿌리 깊은 일탈 행위는 우리의 국제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은 이제 기존의 그릇된 관행에서 탈피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은 전문경영인 양성과 기용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중형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새 조세 범죄의 양형 기준은 조세포탈액이 200억 원을 넘을 경우 징역 5∼9년을 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 회장이 포탈한 추정 액수는 600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유능한 변호사와 로펌을 동원해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겠지만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건에서 보듯이 대기업 회장의 횡령과 배임을 무겁게 처벌하는 추세를 보인다. 대기업 소유주가 구속되면 투자가 줄고 경영이 흔들린다는 주장에 법원은 이제 더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일각의 시류를 타고 기업과 기업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부당한 매질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