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내 다리를 봐’ 걸그룹 달샤벳교통안전송 부르는 ‘개념돌’의 충고“앞차가 버린 음료캔에 큰일날 뻔 뒷좌석 안전띠, 습관되면 편해요”
인기 걸그룹 달샤벳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케줄이 없을 때 택시를 타면 DMB를 시청하면서 운전을 하는 택시기사를 종종 본다”며 “운전 중에는 신호등과 전방을 주시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흑흑, 이 문제는 모르겠어요….”
여기저기서 소녀들의 ‘끄응…’ 한숨 소리가 나왔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층 오픈스튜디오에서는 시험이 한창이었다. 기자가 낸 교통상식 문제를 진땀 흘리며 푸는 학생들은 6인조 걸그룹 ‘달샤벳’. 신곡 ‘내 다리를 봐!’와 일명 ‘먼로 춤’으로 인기몰이 중인 아이돌이다.
총 다섯 문제 중 세 문제는 잘 맞혔다. △운전 중 하이힐과 운동화 중 어느 쪽이 안전할까 △운전석에서 몸은 앞으로 약간 숙여야 할까, 의자에 등을 붙여야 할까 △운전 중 전화가 오거나 카카오톡이 온다면 어떡하나. 멤버들은 막힘없이 정답을 체크했다. 4번 문제는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드라마를 보는 행동이 위법인지 합법인지 물었다. 수빈(19)이 “위험하니까 당연히 위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섯 명 모두 ‘위법’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일어난 상주 사이클 선수단 교통사고 참사를 계기로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된 지 1년 만에 2일 국회서 통과됐다. 시험을 치르던 그 순간까지는 위법이 아니었지만 결국은 맞힌 셈.
5번 ‘운전 중 앞에서 노란 통학차가 달린다면 안전하게 앞질러 가도 될까’. 여섯 멤버는 “조심해서 가면 앞질러도 되지 않을까” “안 돼,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어” 의견이 갈렸다. 정답은 ‘X’. 지율(22) 세리(23) 가은(21)은 정답을 맞혔다. 시험 결과 셋은 100점. 통학차 문제를 틀린 우희(22) 아영(22) 수빈은 한 문제씩 틀려 80점.
달샤벳은 최근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교통안전송’을 만들어 가요 프로그램에서 부르기도 했다. ‘반칙운전’ 뿌리 뽑기에 앞장선 이른바 ‘개념돌’(똑똑하고 바른 아이돌 스타를 일컫는 말)이다.
멤버 아영은 예전에 운전 중 앞차가 버린 쓰레기 때문에 다칠 뻔했다. 고속도로에서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 탔는데 갑자기 창문으로 빈 음료 캔이 날아들었다. 앞차 운전자가 창밖으로 던진 캔이 날아온 것.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앞차에서 날아온 담뱃재 때문에 실명한 아기도 있었다는 뉴스에 더 화가 났다.
안전보다는 멋을 생각할 나이지만 달샤벳 멤버는 안전습관이 몸에 밴 듯했다. 지율은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습관이다. 처음에는 옷이 구겨지거나 가슴이 눌리는 느낌이 들어 꺼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 하면 허전하다”고 했다. 옆 좌석에 탄 멤버가 안전벨트를 깜빡 잊으면 말없이 다가가 벨트를 채워준다.
시원한 각선미를 뽐내는 무대 퍼포먼스가 남성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멤버 우희는 “스케줄이 없는 날 택시를 탔는데 운전하시던 기사님이 DMB로 저희 무대를 시청하는 모습을 봤다”며 “고맙지만 운전할 때는 달샤벳 다리 말고, 신호등과 전방을 잘 보셔야 한다”고 부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