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깜짝제안 속내는
심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일 폐막한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의장성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의 비핵화,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조치 등을 촉구한 한국의 의견은 사실상 전부 반영된 반면, 북한이 강조해 온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국제외교에서 쓴맛을 본 북한이 3일 대남 공세로 방향을 틀었다. 공세의 첫 고리는 개성공단에서 찾았다. 일방적인 출입차단 결정(4월 3일) 3개월째를 맞는 날이어서 택일(擇日)의 의미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 대화 타진과 ‘남남(南南) 갈등’ 이중 포석?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노리는 것은 역시 ‘남남 갈등’ 유발이라고 진단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은 4일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접촉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남측위는 북한이 당국회담의 의제로 제안했던 ‘7·4남북공동성명’ 41주년 기념행사도 4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행사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 입주기업, 환영과 우려 혼재
북한의 방북 허용 소식에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이날 오전 개성공단의 설비를 빼와 생산기지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던 김학권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김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북한이 실무회담을 제의했을 때는 남북 간 정치적 문제가 모두 얽혀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성공단만 논의의 대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원 포인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도 “지난번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처럼 또 틀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북한이) 통일부에 ‘방북을 허용한다고 협회와 관리위원회에 전해 달라’고만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정부를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식의 제안은 좋은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 등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했으나, 이듬해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최종 합의가 불발됐다. 결국 같은 해 4월 북한은 금강산 자산을 몰수 및 동결했다.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각국의 준비 상황과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끝내지 못했다. 한반도 담당 실무 총책임자인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아직 인준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조기개최론을 강조하면서도 한미와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한미와 북한 모두에 한발씩 양보하길 권유하며 상황을 관리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강유현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