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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동정민]높은 지지율은 신기루다

입력 | 2013-07-04 03:00:00


동정민 정치부 기자

취임 130일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초반에 너무 지지율이 높으면 나중에 부담스러운데…”라는 호들갑마저 나온다.

물론 퍼스트레이디 출신의 대통령답게 박 대통령이 큰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 점이 평가받고 있지만 ‘북한’도 높은 지지율에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권 초부터 북한 도발 위협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의 장기인 굳건한 안보 의지와 주변국인 미국, 중국과의 외교 역량이 십분 발휘돼 국민 지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라 우리 힘만으로는 더이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당장 우리 눈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회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논란에 파묻혀 있고, 기업들은 뚜렷한 성장 동력과 투자처를 못 찾고 있고, 국민은 생활고와 각종 안전사고로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외교 이외의 분야에서는 뚜렷하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통령과 부처 모두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 같은 모양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달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결정하면서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원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하고, 야당은 청와대가 몰랐을 리가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국민들도 대체로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이뤄졌을 걸로 보는 것 같다. 실제 남 원장이 이 중대한 문제를 대통령과 상의 없이 한 것이라면 문제다. 대통령은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결정을 한 뒤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떳떳한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관여를 했건 안 했건 남 원장의 선택은 이 정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각 부처와 장관들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모양새다. 전임 정권처럼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사 때 정치권 낙하산을 하지 않겠다며 각 부처에 인사권을 줬더니 관료들만 잔뜩 낙하산으로 자리를 차지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주무부 관료 출신들이 잇달아 임명되자 “후보군을 더 찾아보라”며 인선 작업을 중지시켰다. 1기 경제팀의 정책리더십이 낙제점이라는 게 경제 및 금융 전문가들의 냉엄한 평가인데도 각 부처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다.

당장 박근혜정부는 국정원 개혁과 경제성장을 이끌 방도를 내놓아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성장, 지방공약 이행과 재정 부담의 모순에 대한 조정과 선택도 해야 한다. 8·15 경축사에서 국민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도 줘야 한다.

인사 난맥으로 인해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게 불과 세 달 전이다. 지지율은 그렇게 쉽게 변한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