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만취女 발견하고 따라가성폭행 여의치 않자 강제 유사성행위
대기업 회사원 양모 씨(38)는 지난달 21일 늦은 밤 지하철에서 만취한 A 씨(29·여)를 발견했다. 양 씨는 A 씨가 구토를 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자 뒤따라가 “지하철이 끊겼다. 함께 택시를 타고 가자”며 유인했다. 양 씨는 22일 오전 1시경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내려 A 씨를 성폭행하려다 여의치 않자 강제로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한 뒤 달아났다. A 씨가 새벽에 풀숲에서 울면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한 행인이 112에 신고했다. 양 씨가 꼬리를 잡힌 건 범행 당시 신용카드를 흘렸기 때문. 그는 이튿날 카드를 찾기 위해 범행 장소에 다시 왔다가 마침 현장 검증을 하고 있던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양 씨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112에 신고한 목격자와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유사강간 혐의로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지난달 19일부터 시행 중인 ‘유사강간죄’를 적용한 첫 사례다. 성범죄 법률 개정(형법 제297의 2)에 따라 구강 등 성기를 제외한 신체에 강제로 유사성행위를 하면 유사강간에 해당돼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유사강간은 과거에는 장애인, 13세 미만 아동, 19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만 처벌했으나 성인은 적용 법률이 없어 성추행이나 폭행 등으로 처벌해 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