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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명예… 최강희 감독의 빛난 자책골

입력 | 2013-07-04 03:00:00

이동국, 상대 부상으로 공 넘겨받자 성남에 공격권 돌려주려다 골인시켜
최감독, 동점 상황 불구 자책골 지시




프로축구 전북의 최강희 감독(사진)은 승리보다 명예를 택했다.

전북은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2-3으로 졌다. 경기가 끝난 뒤 전북 팬들은 물론이고 경기장을 찾은 모든 팬이 패한 전북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다. 모든 것은 최 감독의 선택 덕분이었다.

이날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다. 전북은 수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성남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성남이 먼저 터뜨렸다. 성남은 전반 42분 김철호의 슛과 후반 21분 제파로프의 추가골로 2-0으로 달아났다. 전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분 뒤 정인환의 골로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공방전은 후반 32분 이상하게 흘러갔다. 성남 선수가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성남 전상욱 골키퍼는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경기가 재개된 뒤 이동국이 성남 골키퍼에게 공격권을 넘겨준다고 길게 찬 공이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 사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동국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2-2 동점이 되었다. 성남 선수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 김태환이 퇴장까지 당하며 분위기는 험악하게 달아올랐다. 이동국이 사과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때 최 감독은 최은성과 이동국을 불러 조용히 자책골을 지시했다.

경기가 재개되고 이동국이 이번에는 자기 골대를 향해 길게 공을 찼고 최은성이 받아 안으로 차 넣어 자책골을 기록했다. 이 골은 성남의 결승골이 됐다. 최 감독은 불명예스러운 승리보다 페어플레이를 위한 명예로운 패배를 택한 셈이다.

한편 포항은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선두를 유지했고, 2위 울산도 전남을 3-1로 꺾고 포항을 바짝 쫓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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