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에는 비와 관련된 곡이 많지 않습니다. 브람스 가곡 ‘비의 노래’, 그 노래를 주제로 사용한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비의 노래’, 쇼팽 전주곡 ‘빗방울’ 작품 28-5 정도를 꼽고 나면 더 떠올릴 말이 궁해집니다.
그런데 오페라에 폭우 장면을 즐겨 집어넣은 작곡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치노 로시니(1792∼1868)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신데렐라’를 비롯한 그의 수많은 오페라 후반부에 간주곡을 겸한 관현악의 폭풍우 장면이 등장합니다. 폭풍우라고 하면 배를 뒤집고 방파제를 넘어 마을을 침수시키는 ‘태풍’을 연상하기 쉽지만, 로시니 오페라의 장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거센 여름비 정도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음원제공 낙소스>
로시니 하면 폭풍이 떠오르듯이, 19세기 중반까지는 특정 장면을 편애하는 오페라 작곡가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런 전통은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새벽 장면을 묘사하기 좋아했던 20세기 초의 푸치니 정도가 예외가 되겠습니다.
장마 하면 우선 지루하고 지겹다는 생각이 앞서죠? 그래도 힘을 내십시오. 장마철이 지나면 즐거운 휴가가 있지 않습니까. ‘빌헬름 텔’ 서곡에도 폭풍우 장면이 지난 뒤에는 잉글리시호른과 플루트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목가(牧歌)가 등장합니다. 그 선율처럼 아름다운 햇살을 믿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blog.daum.net/classicgam/17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