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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인 더 하우스

입력 | 2013-07-04 03:00:00

佛 영화계 악동 감독, 관음증의 덫을 놓다




학생이 관음증을 통해 충족한 욕망을 훔쳐보는 영화 ‘인 더하우스’. 찬란 제공

젊은 시절 훌륭한 작가를 꿈꿨던 고교 문학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 주말에 한 일을 주제로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과제물을 받아봤더니 아뿔싸, 수준이 가관이다. “토요일 부모님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겨 화가 났다.” “피자 먹으며 TV 보고 놀았다.”… 형편없는 과제물들 가운데 클로드(에른스트 움하우어)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구성에 탄탄한 문장력을 갖춘 수준 높은 글이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하다. 클로드는 수학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친구 라파의 집을 찾아간다. 클로드는 친구 몰래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라파 부모의 대화를 엿들은 내용을 글에 담았다. 글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제르망은 아내 장(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에게 이 글을 보여주며 “클로드를 뛰어난 문인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한다. 재능 있는 제자를 발견한 희열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일까. 제르망은 클로드의 글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매주 이어지는 클로드의 글에는 점점 도발적인 내용이 담긴다. 클로드는 라파의 엄마 에스더(에마뉘엘 자이그너)에게 다가간다. 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이해할 줄 모르는 남편 때문에 점점 애정의 샘이 말라가는 에스더. 클로드는 에스더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를 지어 선물한다. 아들 친구의 시에 감동한 에스더는 클로드에게 키스로 화답한다.

4일 개봉하는 ‘인 더 하우스’는 훔쳐보기와 이야기가 주는 에로티시즘이 녹아든 영화다. 관객은 창문에 기대 남의 집을 훔쳐보듯 클로드의 글을 통해 라파의 집을 들여다본다. 클로드가 엮어낸 이야기는 ‘그동안 몰랐던 남의 집 속사정’이 돼 궁금증을 유발한다. 제르망이 그랬듯 관객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꼼짝없이 클로드의 글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는 클로드의 글이 어디까지 진짜이고, 어디서부터 꾸며낸 이야기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꿰맨 자리 없이 이어진 환상과 현실은 묘한 쾌감을 준다. 관음증의 덫에 갇힌 교사와 결핍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년의 모습 뒤로 세상 사람들의 욕망이 투사돼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헛헛하다.

연출자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톡톡 튀는 상상력과 감수성을 조화시킨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근친상간, 살인, 동성애, 관음증 같은 도발적인 소재들을 비틀고 조롱하는 형식으로 엮어 ‘프랑스 영화계의 악동’으로 불린다. ‘시트콤’(1998년) ‘8명의 여인들’(2001년) ‘스위밍 풀’(2003년) 등이 국내에 잘 알려진 그의 작품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도 대표작 중 하나에 오를 것 같다. 15세 이상 관람.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