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리-지하수 사용… 4∼6종 출시 “수입 맥아보다 질적으로 우수”일각 “안착 못하면 관광상품 전락”
2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제주도개발공사 맥주 생산공장은 시판을 앞두고 맥아(麥芽) 제조와 발효, 숙성탱크를 오가는 연구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시험 추출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 보니 국내 시중 맥주와는 달리 강한 맛이 느껴졌다. 현소양 연구원은 “제주에서 개발한 맥주용 신품종 보리인 ‘백호’에서 맥주의 질을 결정하는 맥아를 만들었다”며 “국내 맥주제조회사가 수입하는 외국 맥아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 제주를 담은 맥주 탄생
제주맥주 브랜드는 ‘제주의 정신(spirit), 자연’ 등을 담을 ‘제스피(Jespi)’(사진)로 정했다. 판매가는 500mL에 5500원 선이다. 대부분 생맥주로 출시되기 때문에 영업장에서 신선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병맥주는 소량 판매를 시도한 후 점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계절이나 특정행사에 맞춰 스페셜 맥주를 제조해 한정 판매한다.
○ 지역맥주 성공의 시험대
제주도개발공사는 먹는 샘물인 ‘삼다수’로 일군 성공신화를 맥주에서도 재연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지역맥주, 하우스맥주 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맥주인 제주맥주는 주세법에 따라 대형할인매장은 물론이고 일반 음식점 등지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고 다른 지역으로 유통도 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3차례 공모에도 민간사업자 참여가 불발되면서 연간 생산량은 당초 1만5000kL에서 100∼500kL로 대폭 줄었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에 대량생산을 위해 마련한 맥주전용 공장 용지는 터파기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입맛을 잡지 못한다면 제주맥주가 이색적인 관광 상품의 하나로 등장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강경구 제주지역 맥주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현실적인 제약은 많지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하고 독특한 맥주를 준비했다”며 “일반 시중 맥주와 차별화해 국내 처음으로 지역맥주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시판일인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제스피 재즈 페스티벌’을 열어 세계 맥주와 비교시음,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