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묵은때 벗겨내고 카트도 플라스틱으로”
아시아나항공 제공
항공업계는 이처럼 비행기가 한쪽 엔진을 멈춘 채 달리는 것을 ‘그린 택시’ 또는 ‘싱글 엔진 택시’라 부른다. 비행기 이착륙 때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과정을 ‘택시’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한쪽 엔진만 가동한다는 의미로 ‘그린’ 또는 ‘싱글 엔진’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그린 택시는 연료비 절감을 위해 항공사들이 짜낸 ‘궁여지책’이다. 기장이 기체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공기 꼬리의 방향판을 조절해야 하는 등 다소 번거롭지만 효과는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그린 택시로 7억3300만 원의 기름값을 아꼈다.
○ 특명! 연료비를 줄여라
항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료비와의 전쟁’은 눈물겹다. 최근 인도의 저비용항공사(LCC)인 ‘고에어’는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여승무원만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다. 회사 측은 몸무게가 가벼운 여승무원만 비행기에 태워 연간 50만 달러(약 5억7000만 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 또한 200kg 상당의 도장 페인팅을 벗겨낸 ‘누드 항공기’를 운영해 대당 연간 3000만 원의 비용을 줄였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직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연료관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데 이어 2011년에는 아예 ‘연료관리파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연료 절감 방안을 하나의 조직이 총괄함으로써 나타난 시너지 효과는 컸다. 회사가 자체 추산한 연료비 절감액은 2008년 118억 원에서 2009년 184억 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는 회사 전체 연료비(2조1362억 원)의 2% 가까운 398억 원을 아꼈다. 장성우 아시아나항공 연료관리파트장은 “현재는 중량 관리, 비행계획, 정비, 운항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트도 잡지도 가볍게
항공기도 군살을 빼느라 바쁘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용 잡지의 크기와 종이 재질을 바꾸고 좌석 2개 중 한 자리에만 비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승객용 잡지도 군살을 덜어냈다. 박종학 아시아나항공 선임사무장은 “잡지의 크기를 줄이고 재질을 가벼운 것으로 바꿨다”며 “모든 승객이 잡지를 읽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좌석 2개마다 1권의 잡지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재질 교체로 줄어드는 무게는 장당 1g에 불과하지만 비행기에 실리는 잡지를 모두 더하면 30kg의 무게를 줄였다. 이처럼 눈물겨운 기체 다이어트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약 43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
○ 엔진의 묵은 때도 연료비의 적
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도입한 플라스틱 기내식 카트. 기존 알루미늄 카트에 비해 5.8kg 가볍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운항 변수들을 반영해 가장 경제적인 항로를 짜는 것도 연료비 절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통제지원팀의 이준규 선임운항관리사는 “거리, 바람의 세기, 영공통과료는 물론이고 군사 훈련 지역까지 사전에 감안해 최적화된 경제 노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총 432억 원의 연료비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보다도 8.5% 정도 더 절약한 액수다. 장 파트장은 “앞으로는 승무원 수하물 1kg 줄이기 캠페인 등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연료 절감 노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