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금융사 간담회서 밝혀… 인수주체 국내서 찾기 쉽지않자외국계 참여시켜 ‘흥행’ 노린듯
당국은 외국계 자본을 인수전에 참여시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선진금융 기법 도입을 한꺼번에 노릴 작정이다. 하지만 ‘론스타 후유증’이 남은 상황에서 실현가능한 방법일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다른 계열사보다 인기가 적은 우리은행의 매각 흥행 열기를 높이기 위해 외국계 자본을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사진)은 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외국계 금융사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외국계 금융회사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에 동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7∼12월) 중 1단계 매물로 나올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보다는 내년에 우리은행을 매각할 때 외국계 자본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산업자본의 참여가 원천봉쇄된 상황에서 인수대금만 5조∼6조 원에 이르는 우리은행을 품을 인수 주체를 국내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또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합쳐 ‘메가뱅크’를 만드는 안에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외국계 자본 참여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산규모 266조 원의 국내 2위 은행을 외국계가 경영하면 선진 금융기법을 제대로 들여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 있지만 자산 규모 면에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격차가 심해 은행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날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일종의 ‘립서비스’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가 여러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는 정부 입장에서 외국계에 국내 시중은행을 다시 매각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도 고려 대상이다. 외환은행 인수 후 국내 금융당국과 소송전까지 치른 론스타를 지켜본 외국계 자본들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쉽게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당국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외국계 자본이 사모투자펀드(PEF) 형식으로 국내 금융사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 참여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부터 직접 대주주로 인수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안이 있다”며 “인수전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선을 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신수정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