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없이 대출금 자유롭게 상환

마이너스 통장식 전세대출 상품 7월말 출시

서울에 사는 직장인 주승현 씨(35)는 전세자금으로 9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용 중이다. 주 씨는 최근 5년 동안 타던 자가용을 팔아 여유 자금이 1500만 원 정도 생겼다. 주 씨는 이 돈을 대출금을 미리 상환하는 데 쓰려고 했다. 매월 나가는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한 것. 하지만 은행으로부터 중도 상환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계산을 해보니 내야 하는 수수료가 줄어드는 이자보다 많았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는 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주 씨처럼 전세자금 대출을 중도에 상환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 곧 나온다. 바로 마이너스 통장 방식의 전세대출 상품이다. 곧 상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다. 국토교통부와 은행들은 현재 구체적인 상품안을 마련 중이다. 이 상품은 7월 말이나 8월 초쯤 우리, 신한, 국민, 하나, IBK기업, NH농협은행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마이너스 통장 방식이기 때문에 대출금을 자유롭게 갚아나갈 수 있다. 기존 전세대출 상품은 대부분 만기 때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이어서 이자 부담이 컸다. 중도에 상환하려고 하면 원래 계약한 상환 금액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내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 방식이면 대출을 받은 후에 자금 사정에 따라 상환을 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대출금액의 일부를 갚으면 그만큼 이자는 줄어든다. 중도 상환 수수료 부담도 없어진다.

마이너스 통장식 전세대출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주택자로 부부 합산 소득이 연 45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금리는 연 3.4%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근로자서민전세자금 대출 금리인 3.3%보다 0.1%포인트 높다. 마이너스 대출 상품이다 보니 은행의 자금 부담이 커진 것을 감안한 것이다. 대상이 되는 주택은 서민 주택 자금 지원이라는 취지에 맞게 85m² 이하 주택에 한정된다. 최대 1억 원까지 빌릴 수 있고 전세보증금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상품을 판매하게 될 6개 은행은 현재 주택금융공사와 한도보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은행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을 서왔다. 이번 상품에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 도입돼 거기에 맞게 보증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상품을 기획한 거라 은행별로 상품 차이는 별로 없다. 하나은행은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이 임의대로 상품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가서비스가 다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너스 통장식 전세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생활자금 대출 금리를 깎아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부가 혜택을 주는 것이다. 고객들은 은행별로 상품을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마이너스 통장식 전세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다. 대출 기간에 여유 자금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사람이라면 금리가 더 싼 근로자서민전세자금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또한 국토부와 주택금융공사 등이 운영하는 여러 서민 주택 자금 대출 상품들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