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로 마운드 오른 야수들의 성적
화이트삭스 웰스는 150km 강속구 박수갈채
레인저스 머피, 97km 느린 커브 삼진 낚아
양키스 유격수 곤살레스 패전처리 나와 호투
메츠 레커는 9회초 등판 2점홈런 허용 쓴 맛
선발투수가 조기에 강판된 상황에서 불펜투수들을 동원하고도 큰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했을 경우, 다음 경기를 위해 야수가 구원투수로 나서는 일이 메이저리그에선 종종 벌어진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향하고 있는 2013시즌, 그 어느 해보다 투수로 변신한 야수들이 양산됐다. 시속 90마일(145km)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가 하면 시속 60마일(97km)에 불과한 배팅볼을 던지기도 하는 등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비록 큰 점수차로 승부의 추가 이미 기울었지만, 마운드에 오른 야수가 포수를 향해 힘껏 투구하는 모습은 관중에게 색다른 볼거리로 다가선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일컬어 흔히 ‘유틸리티 맨’이라고 표현한다. 올 시즌 슈마커는 4일(한국시간) 현재 2루수와 좌익수로 26경기씩 출전했다. 중견수로는 14경기, 우익수로는 4경기에 각각 나섰다. 슈마커는 이에 그치지 않고 투수로 올 시즌 벌써 2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유틸리티 맨의 진수를 보여줬다.
슈마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던 2011년 다저스전에 등판해 애런 마일스에게 2점홈런을 얻어맞고 호된 신고식을 치른 적도 있다. 올 시즌 첫 마운드 나들이는 4월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였다. 2-12로 크게 뒤진 9회초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슈마커는 2안타 1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로키스 유격수 조나단 에레라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다저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16으로 대패한 지난달 29일,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9회초 슈마커를 또 호출했다. 첫 두 타자를 플라이 아웃으로 요리한 슈마커는 2루타 1개와 볼넷 2개로 만루를 허용했다. 대타 움베르토 퀸테로를 상대한 슈마커는 90마일짜리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캐스퍼 웰스(시카고 화이트삭스)
● 데이비드 머피(텍사스 레인저스)
레인저스 좌익수 머피는 지난달 5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5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저스틴 그림이 2회도 못 넘기고 8실점을 당한 데다, 8회초까지 5-17로 크게 뒤져 머피가 마운드에 오른 것. 대니얼 나바에게 2루타를 허용한 머피는 60마일의 느린 커브를 던져 마이크 카프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페드로 시리아코를 좌익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한 뒤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스마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 알베르토 곤살레스(뉴욕 양키스)
5월 16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양키스 선발 필 휴즈는 1회도 못 마치고 7실점으로 무너졌다. 4회부터 양키스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한 브렛 마셜은 5.2이닝 동안 5실점하며 108개의 공을 던졌다. 9회초 2사 1·3루 위기서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은 유격수를 보던 곤살레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곤살레스는 로버트 안디노를 맞아 3B-1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지만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이닝을 마쳤다.
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메츠의 백업 포수 앤서니 레커는 0-11로 크게 뒤진 9회초 6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올 시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다른 야수들과는 달리 레커는 등판하자마자 볼 6개를 연달아 던진 뒤 이언 데스먼드에게 2점홈런을 허용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의 타자를 모두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투수로서의 첫 임무를 완수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