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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공판-국정 조사-개인비리 수사… 원세훈 ‘삼면초가’

입력 | 2013-07-05 03:00:00

■ 檢, 이르면 5일 사전구속영장 청구




검찰청 들어서는 원세훈 前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4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피의자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원 전 원장은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황보건설 황보연 전 대표로부터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발주한 공사 수주 청탁 등의 명목으로 1억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원 전 원장을 조사했으며 이르면 5일 원 전 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 근무할 때부터 황 전 대표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며 도움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원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원장 등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하자 황 전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수천만 원대의 선물을 주는 등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이 황보건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도 순금, 명품 가방, 산삼 등의 목록이 적힌 ‘선물 리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평소 고위 공무원이나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날 때 원 전 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을 상대로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에 임직원 연수원인 ‘테스코 홈플러스 아카데미’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산림청에 외압을 행사해 인허가를 내주도록 유도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연수원이 들어선 인천 무의도 땅은 산림청이 소유한 국유지였다. 홈플러스는 2009년 6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연수원 신축 계획 승인을 받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연수원이 건설되면 약 4000만 달러의 해외자본이 투자되고 연간 3만여 명의 국내외 홈플러스 직원들이 교육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경제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 승인을 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산림청은 국유림과 자연경관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9개월 만에 의견을 바꿔 공사에 찬성했다. 홈플러스는 경기 용인시에 소유하고 있던 땅 49만5000m²를 산림청 소유의 이 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소유권 이전을 완료한 뒤 2010년 3월 산림청의 허가를 얻어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갔고, 2011년 연수원을 완공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측이 황 전 대표를 통해 원 전 원장에게 인허가 청탁을 넣자 원 전 원장이 산림청에 압력을 넣어 반대 의견을 찬성으로 바꾸도록 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산림청을 압수수색하고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왔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연수원 건축허가를 받은 뒤 황보건설이 이 연수원의 토목공사와 홈플러스 경기 평택시 안중점 공사 등을 수주한 것 역시 ‘성공한 로비’의 대가라고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기초공사에 참여하는 등 대기업과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개인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인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공판과 국회 국정조사도 받아야 하는 등 ‘삼면초가(三面楚歌)’에 몰리게 됐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