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내 ‘투 톱’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정무수석이 ‘왕수석’으로 불리며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원들을 설득할 무기가 사라지면서 힘들고 고된 자리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을 잇는 가교다. 그래서 정무수석의 언행에는 무게가 실린다. 그런 정무수석 자리가 한 달 넘도록 공석이다.
파격적으로 야권 인사를 발탁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류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전직 국회의원이 낙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대통령이 비서를 고르는 데 이렇게 뜸을 들여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 싶다. 박 대통령이 정무수석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중요한 자리를 오래 비워둬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새로 임명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차지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인선작업을 중단시키고 “후보군을 넓히라”고 주문했다. 같은 주문을 정무수석 후보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 거듭된 인사 실패로 곤욕을 치렀다. 정무수석의 장기 공석은 ‘인사공포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사 비밀주의를 깨고 다양하게 추천을 받고 폭넓게 평판을 들어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았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씨는 정무수석을 자동차 엔진에 비유했다. “엔진이 어디 눈에 보이느냐. 하지만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은 엔진 때문이다.” 여의도를 멀리했다고 비판받은 지난 정권의 정무수석이 정무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여권 내 잡음도 정무수석 부재와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정무수석을 임명하겠지만 ‘선제적 대응’을 못하고 여론에 떠밀려 하는 꼴이 됐다. 정무수석의 장기 공석은 또 다른 인사 난맥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도 진화(進化)를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