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어린이날을 기억하라.
대전 시티즌이 배수의 진을 치고 부산 아이파크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두 팀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7라운드를 펼친다.
대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대전은 16라운드 수원 삼성 원정에서 1-3으로 패했다. 전반 24분 자책골을 시작으로 7분 사이 내리 3골을 허용했다. 실점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 화근이었다. 대전은 올 3월 인천을 2-1로 이긴 뒤 12경기 째 승리가 없다. 4번 비기고 8번 졌다. 홈에서도 최근 5연패를 기록 중이다. K리그 클래식의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1승5무7패(승점 8)로 꼴찌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강등만 기다려야 한다.
대전은 1년 전 어린이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상황도 지금 못지않게 참담했다. 개막 이후 1승9패였다.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꼴찌로 추락했다. 사실 대전은 당시 사령탑이던 유상철 전 감독의 경질을 검토했다. 그 마지노선이 5월5일 수원 삼성 원정 경기였다. 수원에도 무기력하게 패하면 구단은 감독을 바꿀 생각으로 후임 사령탑을 검토했고 최종후보까지 압축된 상황이었다.
대전은 수원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1명이 퇴장 당했다. 경기종료 직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후반 추가시간 케빈(현 전북현대)이 역습 기회를 살려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꼴찌가 선두를 꺾은 대반란이었다.
이후 대전은 달라졌다. 포항, 대구와 비긴 뒤 광주, 강원을 꺾으며 첫 연승을 달렸다. 이후 성남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수원 전 승리가 터닝 포인트였다. 대전은 이 덕분에 작년 시즌 강등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그런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짐은 좋다. 최전방 정성훈과 미드필더 황진산이 경기에 나서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올 여름 콜롬비아에서 영입한 공격수 플라타도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플라타는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이 무기다. 6월부터 팀 훈련에 합류해 손발을 맞춰 오며 그라운드 밟을 날만 벼르고 있다. 한국무대 첫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경기에 부산 주전 미드필더 박종우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것도 대전에게는 호재다.
대전은 5일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구단 사무국의 염원이 담겼다. 대전이 이번 부산과 홈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어둠을 걷어내고 아침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