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란이 친선경기를 통해 화해한다.
대한축구협회는 9월6일 홈에서 이란과 친선경기를 갖는다고 4일 발표했다.
이란은 최근 한국과 깊은 갈등을 빚은 상대라 눈길을 끈다.
한국과 이란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 함께 속해 나란히 본선 티켓을 따냈다. 두 팀은 6월1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최종전 맞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를 앞두고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감독은 “이란이 아닌 (같은 조의)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월드컵에 가고 싶다”고 했다. 작년 10월 한국이 이란 원정을 갔을 때 심하게 푸대접을 받는 것을 빗댄 말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한국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발언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아야 한다. 이란에 모욕을 줬다. 이란 축구팬에게 사과해야한다”고 발끈했다. 그는 “최 감독에게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사주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경기 당일 벌어졌다.
이란은 한국을 1-0으로 누른 뒤 경기장을 돌며 한국 팬을 조롱했다. 급기야 케이로스는 한국 벤치로 와 최 감독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등 몰상식한 모습까지 보였다. 분개한 한국 관중들은 이란 선수단을 향해 물병을 던지고 양측 선수단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져 그라운드는 난장판이 됐다.
경기감독관은 이 사실을 국제축구연맹(FIFA) 보고서에 포함시켰고 축구협회도 케이로스의 추태가 담긴 동영상과 사진 등 추가자료를 FIFA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란축구협회는 그라운드로 물병이 날아든 것과 한국 코치와 이란 골키퍼의 신체접촉에 대해 FIFA에 제소했다.
일촉즉발 상황에서 양 국 협회가 묘수를 짜냈다. 친선경기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로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최종예선이 끝나고 양 팀 모두 FIFA에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친선경기로 화해의 방법을 찾자는 의견이 나와 성사됐다. 이란도 브라질월드컵에 가는 실력 있는 팀이니 기량 점검차원에서도 괜찮은 파트너다”고 말했다.
최근 날선 신경전을 주고받은 이란에 설욕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많은 관중이 찾을 가능성이 높다. 축구협회는 홍명보호가 홈에서 이란의 콧대를 확실히 누르고 이란도 정정당당하게 승복하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