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1세대 아이돌 ‘핫젝갓알지’
핫젝갓알지 멤버들에게 1990년대 아이돌 같은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른다섯 ‘오빠’들의 눈빛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문희준,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 토니안(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팀 해체 후 각각 솔로가수와 연기자,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4월부터 케이블 방송 QTV의 ‘20세기 미소년’에 출연 중이다. 핫젝갓알지라는 이름으로 음원을 내고 KBS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했다. 최근 경기 용인 촬영장에서 1세대 아이돌 핫젝갓알지를 만나 1세대 팬덤과 요즘 팬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세대의 특징은 뭔가.
▽데니=그때 우리를 볼 수 있는 건 TV와 잡지가 유일했다. 케이블 방송도, 인터넷도 없었다. 보고 싶으니까 자꾸 방송국과 집에 찾아오는 거다.
―신비주의 전략도 공통점 아닌가.
▽희준=그땐 숨을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까. 요즘은 반대다. 최대한 노출시키려는 거 같다.
▽지원=요즘은 아이돌이 너무 많고, 너무 자주 나온다. 잊히는 게 두려우니까 양으로 승부한다. 마치 마트의 물건처럼 소비된다. 우리 때는 꽤 긴 공백기가 있어도 팬들이 기다렸다.
▽희준=H.O.T. 해체한다고 SM 앞에서 시위를 했다.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너무 슬펐고 분노에 차 있었다. 그런 끈끈한 면은 확실히 1세대 팬덤이 강했다. 열정도 있고….
핫젝갓알지는 당시의 팬들을 “의리 있고 ‘똘끼’ 넘쳤던 친구들”로 추억했다. 좋아하는 오빠들을 보기 위해 방송국의 담을 넘고, 생일이면 아파트단지를 꽉 메워 생일축하 ‘떼창’을 해줬던 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여기저기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식당에 가면 구석을 찾아가 벽을 보고 밥을 먹는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는 고백도 했다. 1세대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훈장’이자 ‘굴레’이기도 했다.
―좋은 점도 있지만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토니=그냥 H.O.T. 토니 안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체험한 거 같다. 당시 우리는 화장실도 편히 못 갔다. 다시 하라면 못한다.
▽데니=그 나이에 걸맞은 생활을 누리지 못한 건 참 아쉽다.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만나고, 소개팅도 하고….
―10년 전 전성기에 생각했던 30대의 모습과 지금은 비슷한가.
▽토니=전혀. 젝스키스, god, NRG와 함께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웃음).
▽명훈=난 좋다. NRG와 비교하면 얘들은 정말 대단했으니까.
▽희준=H.O.T.도, 팬들의 힘도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난 내가 계속 신비주의 할 줄 알았다. 솔로로 록 음악을 들고 나올 때만 해도 난 듀스가 힙합을 정착시켰듯 나도 그럴 수 있을 줄만 알았다. 착각이었다. 결국 대중과 싸움만 했다.
―그럼, 지금이라 더 좋은 것은….
▽희준=대중의 사랑이 이젠 느껴진다. 과거에 H.O.T.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실감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게 굉장히 소중하고 기쁘다.
▽토니=나도. 얼마 전 음원이 나왔는데 순위가 높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끼리 막 기쁜 거다. ‘지금 30위야, 20계단이나 올랐어!’ 이러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 올랐을 땐 화면을 캡처해서 나눠 봤다.
▽명훈=인터넷 댓글을 잘 안 보는데 핫젝갓알지 관련 글은 본다. 최근 본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었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나!
임희윤·구가인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