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6일 개성공단 회담
개성공단 기업인-새누리 간담회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할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루 앞둔 5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국회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기현 정책위의장(오른쪽)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표단은 조속한 보상대책 강구, 개성공단지원특별법 발의 등을 요청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이 고립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 중국 등에 맞춤형 대화를 제의해보고 6자회담도 졸라 봤지만 남북관계를 풀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진전이 어렵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의제를 둘러싼 남북의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회담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남북의 ‘개성공단 동상이몽’
박철수는 5월 개성공단 잔류인력 완전 철수 때 북한이 ‘미수금’이라고 주장한 1300만 달러(약 148억 원)를 받아내는 협상을 이끌었던 북한 대표이기도 했다. 6월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격(格) 문제’로 무산된 남북 당국회담의 북측 대표단 명단에도 포함돼 있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박철수는 2009년 1·2차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북측 단장과 2010년 개성공단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협의하는 실무 접촉 북측 단장도 역임한 대표적인 ‘개성공단통’”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박철수와 논의할 수 있는 의제가 실무적 이슈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회담 의제로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 점검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의 통행, 통신을 차단하거나 인력을 철수해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발전적 정상화’ 부분이 정부의 핵심 관심사항이다.
반면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이탈을 막고 조속히 가동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철수는 재발방지책 등 발전적 정상화 논의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남측 대표단은 수석대표인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중심으로 홍진석 허진봉 통일부 과장으로 구성됐다. 통일부는 이날 이들 대표단과 지원 인력, 기자단 등 총 38명의 명단을 북한에 통보했다.
6일 오전 10시 회담이 시작되면 개성공단 기업들의 피해 규모와 배상 책임을 놓고 남북 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수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북한은 4월분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라며 120만 달러(약 13억7000만 원)까지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4월에는 정상조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급을 유보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곧바로 결렬되지 않고 후속회담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이 어렵게 마련한 대화 테이블을 쉽게 걷어차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던 상황에서 던진 개성공단 폐쇄 카드에 박근혜정부가 강경한 원칙론으로 맞서자 내심 적잖게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조영기 교수는 “북한이 입주기업들의 원부자재 반출 요구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며 “원부자재 반출이 공장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