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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의 X파일]제작진도 두손 든 ‘도도한 장인정신’

입력 | 2013-07-06 03:00:00

“하루 300그릇만 판다” TV등장 손 내저은 설렁탕집에 미련이…




“국물 우려내는 방법부터 김치, 식당 위생상태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어요. 100점 만점에 100점,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어요.”

채널A ‘먹거리 X파일’의 강태연 PD는 자리에 앉자마자 ‘착한 설렁탕’ 물망에 올랐던 A식당 이야기를 꺼냈다. 2월 15일 방송된 ‘착한 설렁탕’ 제작에 참여한 강 PD는 취재를 정중히 거절한 A식당에 아직도 미련이 커보였다.

“하루 300그릇 이상은 팔지 않는 곳이에요. (방송에 나가) 지금보다 손님이 더 많이 몰리면 좋은 음식을 손님상에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촬영을 거부했죠. 식당 사장님이 설렁탕계의 1인자가 되는 게 꿈인데, 중간에 누구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의 식당 검증 기간은 1∼2개월. 이 기간에 제작팀은 2인 1조로 전국을 돌면서 아이템으로 선정된 음식만 먹어야 한다. ‘설렁탕편’ 제작을 맡은 강 PD는 매일 설렁탕을 3∼5그릇씩 먹고, 음식값으로 총 200만 원을 썼다. “설렁탕만 질리도록 먹었는데, A식당 음식은 진짜 맛있었어요. 지금도 가끔 먹으러 가요.”

한 가지 음식만 먹다 보니 조금만 먹고도 다 먹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요령도 생겼다. 설렁탕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은 꼼수 부리기에 좋다. 밥을 국물에 말면 밥알이 국물 바닥에 깔려 많이 남긴 티가 나지 않는다고.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주인한테 재료나 조리법을 은근슬쩍 물어보거든요. 근데 정작 밥을 다 남기고 가면 의심받잖아요.”

설렁탕 국물에 하얀 커피프림 가루를 넣는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취재 과정에서 프림을 쓰는 집은 없었다. 그 대신 국물 맛을 내는 가루를 타는 식당을 발견했다. “지방의 작은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맹점 문의하는 것처럼 속이고 국물 내는 방법을 물었더니 ‘요즘 누가 국물을 끓여서 만드느냐’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X파일’ 팀의 검증 능력은 경찰에서도 인정했다. 경찰청은 올 3월부터 6월까지 집중단속 기간을 정해 불량식품 제조사범 검거에 나섰는데 당시 제작팀에 경찰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아예 불량식당 리스트를 통째로 달라고 요구하는 경찰서도 있었다.

지난해 말 ‘…X파일’ 팀에 합류한 강 PD는 원래 ‘휴먼다큐 체질’이라 시사고발 프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국경을 넘는 탈북자와 동행하는 채널A 다큐 ‘탈북’을 제작하는 등 강행군 제작에 익숙한 그였지만, 이영돈 PD의 하드트레이닝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첫 편집본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이건 바퀴벌레가 편집한 거냐’는 이 PD의 타박에 눈물 콧물 쏟으며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X파일’ 제작팀은 서서히 ‘이영돈 스타일’을 닮아가고 있는 듯했다. 강 PD도 예외가 아니었다.

“근데 저도 모르게 이영돈 PD가 가진 먹거리에 대한 소신을 닮아가요. 집 밖에서도 가정에서 먹는 것과 같은 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이요. 지금은 힘들어 보여도 먹거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죠. 아, 저 지금 ‘이영돈 빠(팬)’ 같나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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