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옥 착공 늦춰져 10월에나 첫삽… 노조 “울산-포항지역에 사택 추진”경주시 의회 “대안 마련 서둘러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의 경북 경주 이전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수원 본사본부 노동조합(위원장 윤수진)이 올해 말로 예정된 이전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신사옥 착공도 계획보다 늦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수원 본사의 이전은 지난해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당초 내년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긴 올해 말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었다. 한수원 이전은 경주시가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을 유치한 데 따른 국책사업으로 컨벤션센터 건립과 자율형사립고 설립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한수원 본사본부 노조는 최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임직원 1000여 명은 경주시와 협력해 올해 완전 이전을 위한 사옥 및 사택 선정을 위해 1년여 동안 노력했지만 연말까지는 이전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연말 이전에 대비해 경주와 가까운 울산이나 포항에 임시 사택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조사할 계획이다. 임시 사옥도 울산 등과 가까운 경주 외곽에 가건물을 지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말 이전은 직원들과 경주시에 이익이 되지 않는 만큼 이전 시기를 반드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이 같은 입장은 한수원이 연말 이전을 위해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와 신월성건설소를 임시 사옥으로 정하고 직원들에게 전세자금을 지원해 경주 정착을 돕겠다는 방침과 다르다.
경주시의회는 노조의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시의회는 간담회를 열고 “한수원은 경주 시내에 사택을 두기로 한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임시 사택을 울산 등 다른 지역에 요구하는 것은 경주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경주시가 한수원 조기 이전을 추진해 놓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수원은 1월부터 서울의 건설본부를 경주시 동천동으로 옮기는 등 본사 이전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직원 700여 명이 근무할 임시 건물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2015년 말 완공 예정으로 양북면 장항리에 짓는 신사옥(12층) 착공도 당초 계획보다 7개월 늦은 10월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연말 이전이 안 되면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시의회와 지역 국회의원 등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