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암 환자와는 다르게 갑상선(갑상샘)외과에서는 가끔 의사보다 느긋한 환자 때문에 당황하기도 한다. 갑상샘암은 비교적 예후가 좋고 병의 진행이 느린 편이라 ‘거북이암’으로 불린다. 생존율도 암 중 가장 높은 편이다. 환자들의 위기의식이 높지 않다. 최근에는 갑상샘암의 과잉진료가 논란이 되면서 환자들이 수술이나 치료를 기피하거나 늦추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한 여성에게 수술을 권유했더니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저명한 피아니스트였고 한창 공연을 하는 중이었다. 화려한 공연 의상 때문에 목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후 흉터가 남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정웅윤 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전문클리닉 교수
다행히 최근에는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갑상샘암의 조기 발견이 늘고 있다. 미용적인 부분까지 안심할 수 있는 갑상샘암 로봇수술도 국내에서 개발됐다. 로봇수술은 목의 감각 이상, 목소리 변화, 삼킬 때 불편한 증상, 수술 흉터 등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갑상샘 절개술이나 내시경 갑상샘 수술보다 결과가 우수하다.
특히 수술 흉터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는 로봇수술이 갑상샘 절개술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위에서 언급한 피아니스트 환자에게도 빠른 치료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로봇수술을 소개했더니 안심하며 수술을 결정했고 수술 후에 만족했다.
암 진단 즉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생존율이 제일 높은 암에 머무르지 않고 생존율이 100%에 가까운 갑상샘암이 되기 위해 정진하자는 것이 개인적인 포부다. 암 정복의 길을 앞장서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노력과 더불어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