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첫 번째 계기는 미중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합의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미중 정상은 6월 7일 만찬에서 장시간에 걸쳐 북한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그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미중 ‘공동의 목표’이고 ‘협력의 중요한 영역’임을 지적하고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주일 뒤 한국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국무위원은 “미중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데 일치했다”, “북한의 핵무장과 핵실험은 북-중 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벼랑 끝 정책과 무력도발은 (과거의) 미국과 소련 혹은 미중 간의 격한 대립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중이 북한의 비핵화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북한은 미중 ‘공동관리’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5월 20일 정식 발표됐는데 그 충격으로 인해 북한의 대외 태도는 급속히 바뀌었다.
예를 들어 이틀 후인 5월 22일 돌연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의’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관계가 악화돼 중국은 분명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미를 사전에 북한에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에도 북한은 6월 6일 남북 당국자회담을 제안하고 16일에는 북-미 회담을 제안하는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를 발표했다. 19일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요즘 같으면 제4차 핵실험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인식’이라고 하는 이상주의적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해 가며 치밀하게 논리를 구성하고 상승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박 대통령 외교의 큰 특징인 것 같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경제 중심의 ‘보수 회귀’ 외교를 펼치고 있다. 참의원 선거 슬로건에 있는 것처럼 아베 정권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을 되돌린다(회복시킨다)’는 것으로 그 출발점이 ‘아베노믹스’다.
‘아베노믹스’는 큰 실험이다. 그 실험이 시작된 이상 많은 일본 국민은 그 성공을 기원할 수밖에 없다. 그 성패가 판가름 날 때까지 외교정책을 포함해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은 동결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계기로 인한 한반도 시스템 재편은 분단체제를 완화하고 중국의 비중을 높일 것이다. 한미가 북한에 비핵화를 강요해도 북한은 손쉽게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단행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은 쉽게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의 정책도 ‘남북 등거리(等距離)’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