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7개월 허인철 사장 ‘승부수’ 업계 화제
허인철 이마트 사장이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구마를 진열하며 이마트의 ‘매장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런 허 사장이 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 운동화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800여 명의 본사 임직원에게 매월 두 차례(격주 목요일) 매장 근무를 지시했다. 자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업점 규제 강화와 불황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질수록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허 사장은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단독 인터뷰를 했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의무 휴업을 실시하는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 허 사장은 “우리 법 가운데 시장을 감안하지 않는 조항들이 적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마트는 상반기(1∼6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줄었다.
직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권하면서 판매했던 시절은 지났고, 각종 비용을 낮춰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마트의 상징인 ‘1+1 행사’도 없앨 수 있음을 내비쳤다. 우선 간장과 식초 등에 단골로 따라 붙는 증정품 증정 방식을 바꿨다. 가급적 증정품을 주지 않되 부득이하게 필요하다면 제조업체가 상자 안에 증정품을 넣어 납품하게 했다. 기존에는 매장직원들이 테이프로 일일이 증정품을 붙였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1+1 행사’를 하지 않고 ‘1’(한 가지) 자체를 싸게 파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전국 140여 개 점포에서 매장당 10명의 인건비를 절감할 경우 연간 약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매장 혁신을 통해 아끼는 비용으로 정규직 전환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이마트의 노사 관계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성과가 나면 직원들에게 먼저 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성과급 재원을 늘렸다”고 전했다.
매장 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인터뷰를 하던 허 사장은 이마트 용산점장이 거들게 없는지 묻자 손사래를 치면서 라면을 부지런히 진열대로 실어 날랐다. 그는 “사장이나 점장이나 모든 직원이 주차 지원과 청소, 계산 등의 현장근무를 하는 것을 ‘이마트의 문화’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유영·김범석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