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이 최근 트위터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는 글을 올렸다. 황당한 절필 선언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것과 자신이 시를 쓰고 안 쓰는 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고,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는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서’로 딱 한 자만 고쳐주고 싶다. ‘다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는 대목은 나이 오십을 넘긴 시인이 아이들처럼 두고보자는 것 같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공지영이 이런 데 빠지면 공지영이 아니다. 그는 “박정희 전두환 때도 시를 썼던 안도현 그때도 검찰에는 끌려가진 않았다. 이제 검찰 다녀온 시인의 시를 잃는다. 너무 아프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안도현은 시를 써서 검찰에 불려간 게 아니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시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의 유묵을 훔쳤다는 뉘앙스의 글을 17차례나 올려 허위비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시인도 시인이기 전에 법을 지켜야 하는 공민(公民)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