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즐로 호머, 상어낚시, 1885년, 수채화
호머는 어떻게 미술사의 기네스북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을까? 해답은 두 젊은 어부가 상어낚시를 하고 있는 그림이 말해준다.
이 그림의 특징은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는 것. 화가가 뱃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관찰하고 실제로 경험도 했기 때문이다. 호머는 카리브 해에 있는 바하마의 나소에서 바다를 체험했다. 그리고 열대의 강렬한 햇살과 바다 색깔을 생생하고도 신속하게 그리기 위해 유화 대신 수채화를 선택했다.
어부들은 고깃배보다 더 큰 상어를 맨손으로 잡지 않았던가. 즉 호머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영웅적인 남성상을 젊은 어부들에게 투영한 것이다.
이 그림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떠올리게 한다. 노인은 카리브 해에서 혼자 사흘 동안이나 18피트(약 5.5m)의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였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나는 이 물고기에게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를 보여 주겠어…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고통쯤이야 사내에겐 별거 아니지. 난 견딜 수 있어. 아니, 반드시 견뎌내야 해.’
늙은 어부는 왜 위험과 고통을 감수한 것일까? 고난과 역경에도 존엄성을 잃지 않는 남자가 진짜 사나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