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機 참변 두 중국인 여고생, 피아노-물리 우등생… 문학소녀… “꿈 너무 일찍 꺾여” 대륙 애도물결
둘도 없는 친구였던 그들은 저세상으로 갈 때도 그렇게 함께했다. 예멍위안(葉夢圓·16) 양과 왕린자(王琳佳·17) 양.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777 여객기 착륙사고로 목숨을 잃은 두 소녀의 짧은 삶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면서 14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중국 저장(浙江) 성 장산(江山) 시 장산고 1학년인 둘은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다. 예 양은 11반, 왕 양은 10반이었지만 항상 점심을 같이 먹었다. 왕 양의 모친은 “둘은 비행기에서도 뒤에 나란히 함께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던 예 양은 이맘때 여학생들이 그렇듯 TV드라마 ‘아이칭궁위(愛情公寓·사랑아파트)’를 좋아하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대화명으로 ‘제제(姐姐·언니)’를 쓰면서 다 큰 아가씨인 척했던 꿈 많은 소녀였다.
친구들은 그를 항상 웃는 아이로 기억한다. 한 동급생은 “치아교정기를 끼면 원래 잘 웃지 않는데 멍위안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며 “3월 소풍을 갈 때 학내기자를 맡아 취재도 했다. 아직도 목소리가 생생하다”고 말했다. 예 양은 지난해 교내 인기학생 ‘베스트10’에 뽑혔다. 예 양은 7일 한때 중국 언론에서 무사한 것으로 발표되기도 해 그의 사망이 확인되자 안타까움을 더했다.
발랄하고 귀여운 예 양과 달리 왕 양은 중학교 때부터 고교 1학년까지 반장을 도맡아 했던 책임감이 강하고 생각이 깊은 문학소녀였다. 170cm 정도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인 그는 학교 방송반에서 활동하며 매주 목요일 학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반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시낭송대회를 직접 조직하며 자기 직책에 스스로 사명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왕 양은 미국 연수 준비를 하면서도 ‘영원한, 영원한 10(반)이여’ ‘10반 친구들, 우리 다시 모이자’라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다. 48명인 10반에서 성적은 항상 앞쪽에 있었고 예 양처럼 물리와 화학을 잘했다.
▼ 中소녀 1명은 美구조차에 치여 숨진듯 ▼
중학교 담임이었던 라오(饒)모 교사는 “왕 양은 성적도 좋았지만 평소 반에 문제가 생기면 친구들을 끈기 있게 설득하곤 했다”며 “중학교에서 3년 연속 반장을 한 것도 친구들이 만장일치로 그를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여우처럼 생긴 만화영화 캐릭터 ‘아리(阿狸)’의 ‘광팬’이었지만 웨이보에 남긴 글은 인생을 고민하는 성숙한 문학소녀였음을 말해준다. 왕 양은 “자신을 긍정하라. 당신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커피 한잔 탈 시간이 있으면 기억의 요철을 깎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문판으로 번역 출판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라는 글을 올리며 사춘기의 고뇌를 이겨내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의 죽음이 알려진 7, 8일 써우후(搜狐) 등 중국의 포털 사이트와 각종 개인 블로그 등 인터넷은 눈물바다였다. 특히 둘 중 한 명은 사고 뒤에도 살아 있다가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슬픔을 더했다. 왕 양의 웨이보에도 2만3000여 명이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천국에서 편히 잠들기를…”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미국 여행을 떠나기 전 왕 양은 웨이보에 ‘go(간다)’라고 썼다. 예 양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444444’를 남겼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촛불과 함께 올린 글에서 ‘왕린자, 예멍위안, 부디 잘 가라’며 그들을 떠나보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로 발생한 중국인의 인명 피해와 관련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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