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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함께 간 절친, 14억 울리다

입력 | 2013-07-09 03:00:00

아시아나機 참변 두 중국인 여고생, 피아노-물리 우등생… 문학소녀…
“꿈 너무 일찍 꺾여” 대륙 애도물결




둘도 없는 친구였던 그들은 저세상으로 갈 때도 그렇게 함께했다. 예멍위안(葉夢圓·16) 양과 왕린자(王琳佳·17) 양.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보잉777 여객기 착륙사고로 목숨을 잃은 두 소녀의 짧은 삶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면서 14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중국 저장(浙江) 성 장산(江山) 시 장산고 1학년인 둘은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다. 예 양은 11반, 왕 양은 10반이었지만 항상 점심을 같이 먹었다. 왕 양의 모친은 “둘은 비행기에서도 뒤에 나란히 함께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던 예 양은 이맘때 여학생들이 그렇듯 TV드라마 ‘아이칭궁위(愛情公寓·사랑아파트)’를 좋아하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대화명으로 ‘제제(姐姐·언니)’를 쓰면서 다 큰 아가씨인 척했던 꿈 많은 소녀였다.

가족과 친구들이 전하는 예 양은 공부는 물론이고 예술과 체육에서 다양한 끼를 뽐냈다. 반에서 영어와 물리과목 대표를 맡았고 춤도 잘 췄다. 한 교사는 “여자들은 물리를 잘 못하는데 예 양은 학교대표로 물리경진대회 준비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중국 피아노 최고급수인 10급까지 땄다. 예 양의 모친은 “최근 전국 에어로빅대회에서 우승했고, 학교 연례 웅변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그를 항상 웃는 아이로 기억한다. 한 동급생은 “치아교정기를 끼면 원래 잘 웃지 않는데 멍위안은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며 “3월 소풍을 갈 때 학내기자를 맡아 취재도 했다. 아직도 목소리가 생생하다”고 말했다. 예 양은 지난해 교내 인기학생 ‘베스트10’에 뽑혔다. 예 양은 7일 한때 중국 언론에서 무사한 것으로 발표되기도 해 그의 사망이 확인되자 안타까움을 더했다.

발랄하고 귀여운 예 양과 달리 왕 양은 중학교 때부터 고교 1학년까지 반장을 도맡아 했던 책임감이 강하고 생각이 깊은 문학소녀였다. 170cm 정도의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인 그는 학교 방송반에서 활동하며 매주 목요일 학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반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시낭송대회를 직접 조직하며 자기 직책에 스스로 사명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왕 양은 미국 연수 준비를 하면서도 ‘영원한, 영원한 10(반)이여’ ‘10반 친구들, 우리 다시 모이자’라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다. 48명인 10반에서 성적은 항상 앞쪽에 있었고 예 양처럼 물리와 화학을 잘했다.
▼ 中소녀 1명은 美구조차에 치여 숨진듯 ▼

중학교 담임이었던 라오(饒)모 교사는 “왕 양은 성적도 좋았지만 평소 반에 문제가 생기면 친구들을 끈기 있게 설득하곤 했다”며 “중학교에서 3년 연속 반장을 한 것도 친구들이 만장일치로 그를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여우처럼 생긴 만화영화 캐릭터 ‘아리(阿狸)’의 ‘광팬’이었지만 웨이보에 남긴 글은 인생을 고민하는 성숙한 문학소녀였음을 말해준다. 왕 양은 “자신을 긍정하라. 당신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커피 한잔 탈 시간이 있으면 기억의 요철을 깎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문판으로 번역 출판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라는 글을 올리며 사춘기의 고뇌를 이겨내려는 모습도 보였다.

둘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름방학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힐스에 있는 ‘웨스트밸리 크리스천 교회’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변을 당했다. 장산고는 하버드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높은 학교다.

이들의 죽음이 알려진 7, 8일 써우후(搜狐) 등 중국의 포털 사이트와 각종 개인 블로그 등 인터넷은 눈물바다였다. 특히 둘 중 한 명은 사고 뒤에도 살아 있다가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슬픔을 더했다. 왕 양의 웨이보에도 2만3000여 명이 댓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천국에서 편히 잠들기를…”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미국 여행을 떠나기 전 왕 양은 웨이보에 ‘go(간다)’라고 썼다. 예 양은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444444’를 남겼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은 촛불과 함께 올린 글에서 ‘왕린자, 예멍위안, 부디 잘 가라’며 그들을 떠나보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로 발생한 중국인의 인명 피해와 관련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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