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외신이 극찬한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
꼬리뼈 다쳐 앉지도 못하고 아시아나항공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오른쪽)이 7일 오후 9시(현지 시간) 기자회견에 나서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인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이 승무원은 6일 사고 당시 꼬리뼈 부상을 입고도 많은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켜 ‘샌프란시스코의 영웅’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충돌 사고는 동체착륙을 하면서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일 정도의 대형 사건이었지만 사망자는 2명에 그쳤다. 미국 언론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미 언론들은 AP통신을 인용해 아시아나항공 이윤혜 최선임 승무원(40)의 헌신적인 승객 구출 사실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조앤 헤이스화이트 소방국장은 “캐빈 매니저(선임 승무원)가 영웅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화이트 국장은 “그녀가 너무나 침착하게 구조 활동을 벌여 처음에는 공항에서 파견된 구조 요원인 줄로만 알았다. 그녀는 사고기에 남아 마지막 승객이 내리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건 하루 뒤인 8일 사고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들이 머물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호텔에서 이 씨를 만났다. 충돌 때 꼬리뼈를 크게 다친 그는 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지 못한 채 인터뷰 내내 서 있었다. 그는 사고 순간을 담담하게 기억해 냈다.
사고가 난 뒤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헝겊이 찢기듯 동체가 구겨졌다. 검은 연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불길이 번졌다. “제발 살려주세요.” 비명이 들렸다. 기내로 터져 부푼 슬라이드(비상탈출용 에어매트)에 후배 여승무원의 발이 깔렸다. 슬라이드를 터뜨려 바람을 빼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내식을 배달하는 카트에 나이프가 있는 게 보였어요. 달려가 집어 들고 슬라이드를 내리찍기 시작했어요. 훈련 때 연습해 본 적도 없는 상황이었죠.”
기장도 기내에 비치된 비상용 도끼를 들고 와 슬라이드를 내리찍었다. 이 씨는 깔려 있던 후배를 들쳐 업고 동체를 빠져나와 활주로에 누였다. 그는 아직 남아 있는 승객을 구하러 검은 연기에 휩싸인 동체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중국인 승객들이 보였다. 이 씨는 “Go! Go!(나가요! 나가!)” 소리를 질렀다. 싸던 짐을 내던지고 중국인 승객들이 밖으로 뛰었다. 한 여성 승객이 다리를 다쳐 심하게 피가 흘렀다. 이 씨는 승객을 업고 구겨진 동체를 걸어 빠져나왔다.
죽을힘을 다해 승객을 업고 나르길 수차례. 어느새 이 씨와 부기장만 남았다. 둘은 가장 마지막으로 불타는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8세짜리 딸, 5세짜리 아들을 둔 워킹맘인 이 씨는 아시아나항공에 1995년 3월 입사한 19년 차 베테랑 승무원이다. 2003년 아시아나항공 창립기념일 우수승무원 포상을 비롯해 사내 포상만 14차례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2000∼2003년에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근무했다.
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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