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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로피를 조국 영국과 스승님 앞에…

입력 | 2013-07-09 03:00:00

머리, 英선수 77년만에 윔블던 제패
1년반 가르친 왕년 스타 이반 렌들, 윔블던 무관 설움 제자가 씻어줘




어머니도 여자친구도 아니었다. 챔피언은 우승이 확정되자 제일 먼저 코치에게 달려가 안겼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코치는 1964년 비틀스 콘서트를 찾은 열두 살 소녀처럼 환희에 빠진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챔피언은 앤디 머리(26·영국·세계랭킹 2위)이고 코치는 이반 렌들(53·체코)이다.

머리는 7일(현지 시간) 열린 윔블던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26·세르비아·1위)를 3-0(6-4, 7-5, 6-4)으로 꺾고 메이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 선수가 이 대회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건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77년 만이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머리는 2008년 US 오픈부터 지난해 윔블던 오픈까지 메이저 결승전에서 네 번 연속 패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역사상 데뷔 후 처음 맞은 네 번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모두 패한 선수는 딱 두 명. 한 명이 머리고 또 한 명이 렌들 코치다.

그런 점에서 둘의 만남은 운명에 가까웠다. 머리는 지난해 1월부터 렌들 코치와 호흡을 맞추면서 8월에 런던 올림픽 우승을 차지했고, 한 달 뒤에는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메이저 대회에서 8번이나 우승했던 렌들의 지도력이 빛을 발한 것.

그런데 메이저 결승전에 19번이나 진출했던 렌들 코치도 이루지 못했던 꿈이 하나 있다. 윔블던 오픈 우승이다. 렌들 코치는 호주 오픈에서 2번, 프랑스 오픈과 US 오픈에서 각 3번 우승했지만 윔블던에서는 1986, 1987년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머리의 이번 우승으로 렌들 코치도 ‘윔블던 설움’을 떨칠 수 있게 됐다.

머리는 지난해 윔블던 오픈부터 1년 동안 자신이 출전한 모든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며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올해 프랑스 오픈에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가 클레이코트를 사용하는 프랑스 오픈에 출전했다면 결승전 진출은 힘들었을지 모른다. 클레이코트에서는 통산 승률이 57.7%(56승 41패)로 약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오픈 챔피언 출신 렌들 코치가 앞으로 머리에게 더욱 필요한 이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