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협회·연맹이 도와야할 때
한국남자배구가 2013월드리그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포르투갈과 마지막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며 C조 3위로 올라섰다. 제대로 된 지원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많은 것을 희생해가며 한국배구의 자존심을 지킨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내년 9월19일부터 인천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으로 눈을 돌릴 때다. 국제대회 경쟁력은 아마추어 뿐 아니라 프로배구 V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필요하다. 프로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의 리더가 된 것은 구성원들이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고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요소를 개발한 것도 있지만 국제대회 경쟁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두 차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보여준 선전과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초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효과가 크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성인배구의 중요한 시험대다. 현실적으로는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각 팀의 주전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V리그도 큰 혜택을 본다.
정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원한다면 최고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 선수가 모자라면 외국인선수를 귀화시키고 한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흐르는 선수들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방법은 배구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더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올림픽을 대비한 4년 주기와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이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어린 선수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큰 유망주를 뽑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프로가 돈과 인력, 기술을 지원하고 협회가 집중관리하면서 이들을 등급별 국가대표로 키워내는 로드 맵을 그려야 한다. 태국은 이런 방식을 통해 아시아의 배구강국이 됐다. 기술이 있는 키 큰 선수가 없다고 한탄만 할 때가 아니다. 유망주를 뽑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원해서 대한민국 배구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면 V리그는 더욱 발전한다. 이것이 선순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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