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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정치인]對與 공격수 변신 문재인

입력 | 2013-07-10 03:00:00

닫힌 문은 잊어라, 새 문을 연다… NLL전선에 연일 돌직구




민주당 문재인 의원(61)은 요즘 민주당 대여(對與) 전선의 최전방 공격수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면서 정부여당 진영을 치고 들어가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정국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트위터에 올린 정부여당 비판 글만 해도 44개. 하루 1건 이상 관련 논평을 내놓은 셈이다.

○ 대치 정국 계기로 ‘돌직구형 투사’로

문 의원은 주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8일 NLL 대화록 논란과 관련해 “NLL 수호 의지를 분명하게 해 더이상의 논쟁과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한 데 대해 “NLL을 대선과 정쟁에 악용한 것을 사과하면 NLL은 다시 굳건해진다”고 쏘아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엔 “국가기록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열람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사과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문 의원은 원래 차분한 스타일이다. 정치적 동지인 노 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 내내 주변에서조차 “권력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거나 “답답할 정도로 신중하다”는 식으로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변신에는 이유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문 의원은 여러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대선 불공정성’을 처음 언급한 9일 측근을 통해 짤막한 메모를 보내왔다. 문 의원은 “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정확히 설명하는 부분은 참여정부 사람들의 몫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의 공보 역할을 담당하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2007년 정상회담 때 총책임자(대통령비서실장 겸 정상회담준비위원장)였던 만큼 NLL 발언록 논란은 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본인의 문제여서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NLL 대화록 정국을 계기로 지난해 대선 패배와 5·4 전당대회를 거치며 변방으로 밀려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재결집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 진영을 친문(친문재인)계로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공격수로 나선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진선미 의원 등이 지난해 문 의원의 대선캠프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이 쟁점이 돼 있기 때문에 친노 세력이 살아난다고 하는 건 너무 상투적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사안은 정파 간 대립의 시각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랐다.

김 본부장은 “리더십, 정치 스타일을 바꾸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 점을 눈여겨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대선 때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등으로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없었고, 대선 패배와 이후 5·4 전당대회 때까지는 책임론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문 의원이 변신을 꾀할 모멘텀을 맞았다는 것이다.

○ “2012년 목표들, 2017년으로 미뤄져”

화법뿐만 아니라 접촉면도 달라지고 있다. 문 의원과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5·4 전당대회가 끝나고부터 문 의원은 초선 의원 등 몇몇 그룹과 식사를 함께했다. 50여 명이 함께 만난 적도 있다. ‘친노’에 국한된 모임이 아니었다”며 “문 의원이 조금씩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문 의원은 요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범위가 상당히 넓다”며 “현안마다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의원과 협의한다. 사회적 경제나 미래성장동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회 밖 관련 전문가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는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낸 같은 당 홍익표 의원 등을 만났다고 한다.

문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엔 어쩔 수 없이 나선 측면이 있다면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권력 의지가 생긴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문 의원 자신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데 대해 “2017년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국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문을 열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우리가 주장했던 가치들, ‘사람이 먼저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2017년 대선에서 이런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저도 보탬이 되게끔 하는 것이 2012년 대선에 나섰던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 출정식(6월 17일) 이후 꼭 1년 만인 지난달 16일 기자들과의 산행 자리에서 “신공항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등 지역 현안에까지 목소리를 내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대선 때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문 의원이 ‘어너더 노무현’(또 다른 노무현)이라는 강제적 규정을 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고 본다. 지금 문재인은 문재인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정치를 재개한 시점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독자세력화 의지를 밝힌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향후 야권 정계개편을 둘러싼 문 의원과 안 의원 간 주도권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이루려 한 목표들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안 의원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필요할 때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멀리 보고 가야 한다”며 안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강명·황승택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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