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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영웅 뒤로 美 구조대 영웅이 찾아왔다

입력 | 2013-07-10 03:00:00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그들도 영웅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충돌 사고에서 승객들의 인명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던 데는 승무원들의 침착하고도 헌신적인 노력 외에도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미국 구조대원들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조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조대원들은 8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 당국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CNN,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미 언론은 7일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인명 구조 노력에 이어 8일에는 구조대원들의 영웅담을 상세히 소개했다.

공항 경찰 소속의 짐 커닝햄 경관은 보호장구와 마스크도 없이 불타는 비행기에 두 차례나 뛰어 들어가 승객들을 구해냈다. 22년 베테랑 경찰인 그는 승객 터미널을 순찰하던 중 무선 라디오로 출동 명령을 접했다. 경찰서에 들러 보호장구를 갖춰 입는 시간도 아까워 현장으로 직행했다. 도중에 앰뷸런스를 발견하고 “나를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 함께 출동했다.

커닝햄 경관은 처음에는 탈출한 승객들이 짐을 가지러 다시 비행기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임무를 맡았다. 또 비행기로 달려가 승객의 안전벨트를 절단할 수 있도록 승무원들에게 칼을 던져줬다.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아 구조를 못하고 있는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칼’ 한 자루는 구원의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연료가 콸콸 쏟아지는 비행기 안에서 분초를 다투며 인명을 구해내는 소방관들의 일손이 부족하자 커닝햄 경관은 직접 꼬리 쪽을 통해 기내에 진입했다. 보호장구도 없이 기내에 들어온 그를 보고 소방관들은 혀를 내둘렀다. 뒤쪽으로 들어간 그는 짐과 좌석 사이에 끼여 있던 승객 5명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소방관들과 함께 구해냈다. 그가 빠져나오자 비행기는 완전히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는 불길을 뚫고 다시 한 번 비행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기내에 아무도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마스크도 없이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커닝햄 경관은 호흡 곤란으로 나중에 부상 승객들에 섞여 15분간 산소마스크 처치를 받았다. 그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호장구도 없이 불타는 비행기에 들어가다니 제정신이냐”는 불같은 질책을 받았다. 그는 “당신이 기내에 있었다면 누군가 빨리 구해주기를 바라지 않겠느냐”고 답해 더이상의 추궁을 면했다고 말했다.

공항 소방대 소속인 크리시 에먼스 경위(여)는 ‘비행기 충돌’이라는 무선 연락을 받자 큰 사고임을 직감했다. 응급차 운전사에게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빨리 달려라”라고 부탁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비행기 바깥에서 호스로 불길을 잡던 그는 불길이 계속 번지자 동료 한 명과 함께 내부에 들어갔다. 무거운 호스를 메고 미끄러운 비상 슬라이드를 기어 올라갔다. 기내에서 뒤쪽으로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며 가는 동안 선반에서 짐이 떨어져 머리에 부딪혔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부상 승객들을 발견한 그는 가장 앞장서서 짐을 옆으로 던져가며 탈출로를 확보해 승객들을 밖으로 실어 날랐다.

구조대원들의 헌신적 노력에 칭찬이 쏟아졌지만 정작 이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제때 현장에 도착해 인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일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사고 현장을 지휘했던 게타노 캘터기론 경위는 “구조 작업에 몸을 던졌던 대원들이 다음날 아침 모두 정시 출근한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감명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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