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光州서 10대 8명 적발
음란물 홍수에 무방비로 노출된 일부 어린이들이 단순히 음란물을 경험하는 차원을 넘어 음란물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할 기술적 제도적 장치는 나날이 ‘진화’하는 음란물 보급 관련 기술에 의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초등학교 6학년 송모 군(12)은 올해 2월 여성 연예인 합성음란물 카페를 자주 찾다가 다른 누리꾼의 권유로 직접 ‘19동인지××××’ ‘19동인××’ 등 인터넷 카페 2곳을 만들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인 송 군은 관람이 제한되는 야한 사진, 동성애 애니메이션, 인기 연예인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한 사진 등을 수백 개나 올렸다. 회원은 4300여 명이나 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9일 송 군 등 10대 5명을 음란 카페를 운영한 혐의로 적발했다. 또 아동 및 청소년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보관하고 유포한 10대 3명도 적발했다. 송 군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장난삼아 카페를 운영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성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문귀희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위는 “‘19동인지××××’ 가입 회원 대부분이 부모 명의를 도용한 10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셀카는 물론이고 ‘팬픽’(팬들이 연예인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해 쓰는 소설) 형식으로 음란물을 창작하고 있다. 팬픽에는 동거를 하는 남녀 혹은 동성 커플의 연애뿐 아니라 이들이 성관계를 맺는 장면까지 묘사돼 있다.
10대 커뮤니티에서는 음란물 ‘동인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동인지는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만든 잡지’를 의미하지만 10대 사이에선 ‘개인 또는 동아리가 동성애, 성관계 등을 소재로 만든 야한 만화’를 뜻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BL’(Boy Love·게이) ‘GL’(Girl Love·레즈비언) 등 동성애 관련 약어가 붙은 동인지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는 ‘안 막힌 동인지 사이트’(성인인증 절차 없이 동인지를 보는 사이트)를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생이 음란물 소비자 단계를 넘어 생산·유통자 단계까지 다다른 것은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성인용 음란물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교육 전문단체인 푸른아우성의 홍혜경 팀장은 “1980년대 ‘비디오 세대’들은 세운상가에서 음란물을 구입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블로그, 카카오톡,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음란물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며 “어릴 때부터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은 단순 소비를 넘어 창작 유통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조숙해진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은 여전히 초보 수준이라는 데 있다. 홍 팀장은 “10여 년 전에 비해 2차 성징이 3년 정도 빨라졌다. 이제 학교는 물론이고 부모까지 올바른 성관계와 음란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연 기자·광주=이형주 기자 sykim@donga.com
▶ [채널A 영상]음란물 카페 운영자 잡고보니… ‘이럴수가’
▶ [채널A 영상]아동음란물 본 美 방송사 사장 ‘징역 1000년’
▶ [채널A 영상]“팔로워 늘리고 싶어서” 초등학생까지 SNS에 음란물 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