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체 직접 안 찍으면 처벌 못해”… 여중생 촬영 30대 협박혐의만 유죄
회사원 김모 씨(39)는 2011년 자신의 집에서 여중생 A 양(14)과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음란 화상채팅을 했다. 김 씨는 컴퓨터 화면에 뜬 A 양의 알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듬해 김 씨는 여중생 B 양(15)과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면서 알몸을 찍은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B 양이 김 씨의 요구를 거부하자 김 씨는 “학교에 찾아가겠다. 잡히면 죽는다”는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B 양으로부터 알몸 동영상을 받아냈다. B양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힌 김 씨는 B 양에 대한 협박·강요 혐의와 A 양의 알몸을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법원은 협박·강요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카메라로 알몸 영상을 촬영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에 이어 최근 대법원도 김 씨의 카메라 촬영 혐의는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만 성폭력범죄특례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는 원심은 정당하다”며 “김 씨가 촬영한 건 A 양의 신체 자체가 아니라 A 양의 알몸이 담긴 영상이므로 법률상 규정되지 않은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실제 신체를 직접 찍을 경우만 처벌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촬영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보지 않도록 제한하는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고법 부장판사는 “입법 취지에 비춰 볼 때 직접 대면해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만 처벌하면 일부 피고인이 처벌을 면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사안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