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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21년 내전 알제리 닮아간다”

입력 | 2013-07-10 03:00:00

외신들 ‘알제리 데자뷔’ 잇단 보도
“군부, 1992년 이슬람 대통령 축출… 내전으로 번져 15만명 희생,
이집트 내전땐 알제리보다 심각… 아랍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수도”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이슬람 정권을 군부가 몰아내고 이에 이슬람 세력이 저항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이집트의 최근 상황이 21년 전 알제리와 판박이처럼 똑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제리 데자뷔(기시감·旣視感·처음 보는 일이지만 과거에 본 일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다. 알제리에서는 군부와 이슬람 세력 간 대립이 내전으로 비화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 15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이집트의 혼란에서 알제리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연상된다”고 전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이집트에서 ‘알제리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132년에 걸친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1962년 해방된 알제리는 무장독립투쟁을 이끈 민족해방전선(FLN)과 군부가 결합해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1988년 국민의 민주화 요구로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다당제가 도입됐으며 1991년 12월 민주적 선거를 실시했다. 이 총선에서 이슬람 세력인 이슬람구국전선(FIS)이 압승을 거뒀다. 이슬람 정권 탄생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군부는 선거 2개월 만에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FIS를 불법화했다. 이에 FIS는 반정부 무장투쟁을 선언했고 이는 알제리 내전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9일 현재 이집트는 ‘군부독재 종식→민주 선거로 이슬람 세력 집권→군부 쿠데타, 이슬람 세력 축출→이슬람 세력 반발, 군부와 대립’까지 전개 양상이 알제리와 똑같다. 다만 군부에 의해 정권에서 쫓겨난 무슬림형제단이 아직까지 무장투쟁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제리와 차이가 있다.

이집트의 상황은 악화 일로여서 극한 대립이 해소되지 않으면 알제리처럼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집트 군은 8일 자신들이 축출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집트 군은 사건 발생 직후 카이로 곳곳에 장갑차와 무장 병력을 배치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군사 작전을 ‘대학살’로 규정하고 “이집트인들은 탱크와 장갑차로 혁명을 가로채려는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모두 일어서라”라며 민중 봉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외신은 이집트가 내전으로 접어들면 알제리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알제리의 이슬람 세력은 통치를 못 해보고 쫓겨났지만, 이집트는 1년 정도 국정을 운영하다 축출됐다”며 “그 상실감이 알제리보다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무장투쟁을 하게 된다면 강도도 더 폭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정당하게 제도권에 진입했던 이슬람 세력이 강제로 축출되는 과정에서 결국 무력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결론 내리면 이집트는 물론이고 아랍권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아랍권의 대혼란을 경고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