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꽃 비누 향기가 깜찍한 용기에서 솔솔정신 맑게하고 숙면 유도하는 제품도 인기
향수와 인테리어 상품의 경계에 있는 ‘디퓨저’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우드윅’의 양초와 디퓨저. 신세계백화점 제공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 혹은 향기는 상대를 나타내는 ‘아이디(ID)’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향수가 나오는 것도 단순히 향기를 내는 수단이 아니라 누군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향수가 있다면 집이나 방, 공간에는 디퓨저(Diffuser)가 있다. ‘확산기’라는 뜻의 디퓨저는 향이 담긴 액체에 나무 막대를 꽂아 놓은 형태다. 스프레이형 방향제나 탈취제를 뿌려 한순간에 집중적으로 공간을 정화하는 것과 달리 디퓨저는 은은하게 향을 퍼뜨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나무 막대 개수를 늘리며 향 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액체가 담긴 병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디자인, 코를 자극하는 향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카 트라치가 만든 디퓨저 ‘미스터앤드미세스’ 제품들. 11번가 제공
대표적으로 ‘나무 심지’로 불리는 양초 디퓨저 ‘우드윅’ 제품을 꼽을 수 있다. 나무 심지를 사용해 그을음이 적고 심지가 타면서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낸다. 향도 풀향기나 꽃향기 등 자연 향기를 담았다.
이 제품은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입점 초기인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76% 오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강민주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지면서 디퓨저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인테리어, 생활용품 코너에 디퓨저 상품을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새 제품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브랜드 ‘리나리’의 ‘오셔노 라인’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디퓨저로 유명하다. 자몽, 라임향이 어우러진 오셔노 라인을 비롯해 민트향과 은방울꽃향 등 청량감을 강조한 ‘멘타 라인’을 대표 상품으로 꼽을 수 있다. 꽃 모양의 막대를 꽂는 디퓨저도 있다. ‘아로마 소라 플라워’ 제품은 향에 꽃 모양 막대를 담그면 꽃이 활짝 피며 향기를 뿜는다. 스위스산 아로마 제품을 원료로 하며 장미 데이지 로터스 등 6가지 향으로 구성됐다.
태국 스파 브랜드 ‘판퓨리’의 디퓨저.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아로마향이 나는 이 제품은 심신을 차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콩과 꽃, 허브 등 식물로 만든 태국의 ‘카르마카멧’ 디퓨저 역시 ‘치유 디퓨저’로 인기가 높다. 두 제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집에서 마사지나 사우나를 즐기면서 몸과 마음 모두 치유할 수 있는 디퓨저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디퓨저도 있다. 이탈리아 향수 브랜드 ‘쿨티’의 ‘테스토 리빙 퍼퓸’은 베르가모트, 화이트머스크, 카시스 잎 등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천연 옷감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온화한 향을 담았다. 제라늄, 소나무, 레몬, 민트향을 담은 ‘밀레피오리’ 브랜드의 ‘스파 앤드 마사지’ 디퓨저는 실내 공기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패션’까지 품은 디퓨저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카 트라치가 만든 디퓨저 브랜드 ‘미스터앤드미세스’ 제품은 현재 26개국 15만 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트라치가 세계 여행을 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와 풍경에 영감을 받아 만든 브랜드로 용기는 물론이고 즐거움과 행복, 긍정 등을 주제로 향까지 직접 만들었다. 밀레피오리는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미켈레 베니스티와 협업해 차량용 디퓨저를 출시하기도 했다.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그룹의 향수 브랜드 ‘조말론’에서 내놓은 디퓨저도 있다. ‘라임 바질 앤드 만다린’ ‘레드 로즈’ ‘잉글리시 페어 앤드 프리지어’ 등 꽃향기를 주제로 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