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에 진술… 사고원인 기체결함 가능성도 부각
아시아나항공 보잉 777기가 7일(한국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할 때 조종사들이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 스로틀)를 켜 뒀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치가 정상이었다면 착륙에 필요한 속도를 유지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으로 기체 결함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0일 한미 양국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조종사들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권장속도인 137노트(시속 254km)로 비행하도록 속도조절장치를 설정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한미 합동조사단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 진술을 토대로 기체를 조사한 결과 자동속도조절장치가 ‘작동 중’ 위치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종사들이 이 장치를 끄지 않았는데도 항공기 속도가 크게 떨어져 착륙 사고를 낸 것이라면 기체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리려면 모든 조종기록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를 조사해 조종사들이 자동속도조절 손잡이를 ‘작동 중’ 위치에 둔 시점을 밝혀내야 한다. 합동조사단은 착륙 후 조종사들이 서둘러 탈출하는 과정에서 자동조절장치 위치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 등 전 세계 33개 항공사 조종사 5만여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조종사 노조인 국제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는 이날 성명을 통해 “NTSB가 부분적인 데이터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사고 원인에 대한 수많은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사고원인 규명과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도록 조치해준 데 감사를 표시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세종=박재명 기자·샌프란시스코=이은택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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