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진 작 ‘인기 있는 남자’
최호진 작가가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그려서 보내준 만화.
지난해 9월 연재를 시작한 인터넷 웹툰 ‘인기 있는 남자’의 스토리다. 요즘의 연애세태를 담아 젊은층의 공감을 이끌어낸 인기작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60여 종 중 10위권이다. 이달 초에는 단행본(영컴)으로도 출간됐다.
열혈 팬 중에는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다. 독자들이 보내는 팬레터 중에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어떻게 하면 예쁜 여자를 꼬일 수 있느냐”는 식으로 연애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남성도 있다고 한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남자에게 “우리 계산 좀 하고 살자”며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여자, 홀로 카페에 앉은 여성의 옷차림이나 읽고 있는 책 제목만 보고 솔로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남자…. ‘선수’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이런 남녀관계의 디테일을 어떻게 포착하는 걸까.
최 작가는 “현실 속 남녀의 ‘찌질’하거나 추한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며 “길에서 한 남자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보니 여자의 연락처가 만난 클럽명으로 저장돼 있었다. 이런 디테일을 만화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은 자주 욕을 먹는다. 최근 연재분에서 정봉과 사랑에 빠진 여성이 짧은 결혼생활 뒤 별거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혼 사실을 감춘 애인이나 그녀를 ‘천박하다’며 외면하는 정봉도 입방아에 올랐다.
작가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람이 외로우면 남보다 제 감정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연애기술에 집중해 ‘인기 있는 남자’를 읽은 남성에겐 일침을 가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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