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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女골프의 전설’ 구옥희, 그린에 잠들다

입력 | 2013-07-12 03:00:00

■ 구옥희 前 KLPGA 협회장 日서 심장마비로 별세




한국 여자 골프의 선구자인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10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 현의 한 골프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57세.

KLPGA는 11일 “구 전 회장이 일본 시즈오카 현 한 골프장 숙소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구 전 회장의 일본 측 지인이 알려왔다. 고인의 시신이 국내로 운구되는 대로 장례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숨진 당일에는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한국 여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다. 고인 앞에는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프 선수, 한국 선수 최초의 일본투어 우승, 한국인 최초의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 등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고인은 1975년 경기 고양시의 집 근처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다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1978년 5월 경기 양주의 로얄컨트리클럽에서 처음 실시된 여자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 고 한명현 씨, 고 안종현 씨 등 3명과 함께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골프 선수가 됐다.

1979년 쾌남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그는 1980년에 열린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이듬해에도 4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 골프의 1인자로 우뚝 섰다. 1983년 말 일본 여자 프로 골프 테스트를 거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했고 1985년 기분 레이디스를 시작으로 그해 3승을 올리며 일본 프로스포츠 신인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는 40대 이후에도 맹활약을 펼쳐 화제가 됐다. 40세이던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연속 일본 상금랭킹 톱10에 들었다. 같은 기간에 10승을 올렸고 49세이던 2005년에도 서클K 선크스 레이디스에서 우승했다. 일본에서 들어올린 우승컵만 23개다. 1999년에는 일본투어 평균 타수 1위를 차지했다.

1988년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 문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한국에서 20승, 일본에서 23승, 미국에서 1승 등 프로대회에서 총 44번이나 우승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KLPGA 명예의 전당에 제1호로 헌정됐다.

고인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KLPGA 부회장을 지냈고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는 KLPGA 제11대 회장직을 맡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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