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객원논설위원 전 건설교통부 장관
공공부문의 비효율은 진주의료원만의 문제인가. 도처에 있으며 분야에 따라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주요 공기업의 부채는 2002년 64조 원에서 2011년 361조 원으로 5.6배로 증가했다. 그 중 철도공사의 경영 부실은 심각하다. 2005∼2012년간 4조3000억 원의 정부지원을 받고도 매년 5000억 원 정도의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철도 관련 부채가 27조 원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 50조 원이 된다. 강원도 정선선(線)은 연간 수입이 8900만 원인데 비용은 16억8000만 원으로 수입 대비 비용이 19배나 된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도 심각하다. 2004년 21조4000억 원에서 2012년에는 72조5000억 원으로 3.4배로 증가했다. 지방 공기업의 38%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한다.
초중고교의 경우도 예산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한 분야다. 농어촌 초등학교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으나 학교나 교사 수는 별로 줄지 않고 있다. 전국에 30인 이하의 초등학교(분교 포함)가 631개나 있다. 교사 6, 7명인 학교에 교장 선생님은 물론 교감 선생님도 있다. 교직원 1명에 학생 2, 3명인 경우도 흔하다. 이런 경우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3000만∼5000만 원이나 된다. 충북 단양의 모 중학교는 학생 12명에 교사 9명, 직원 3명으로 교직원이 학생 수와 같다. 서울시 도봉2동의 경우 복지사 1명당 돌봐야 할 주민은 2200명이다. 두 부문 간의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병원 노조원이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정부나 국회도 폐쇄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국민 중에도 공공의료의 후퇴라고 진주의료원 폐쇄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철도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노조와 함께 일부 시민단체가 민영화 준비단계라며 비판한다. 철도의 엄청난 적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부 정책에서도 인기 있는 복지 증대나 경제 민주화는 국정과제에 들어 있으나 재정개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그러나 한국도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으로 국가 부채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199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2%였는데 최근에는 24%가 됐다. 국가부채는 1990년 국내총생산(GDP)의 69%에서 최근 230%로 급등했다. 한국도 2010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1%인데 2026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8%이나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75%가 된다. 또한 공무원·군인 연금 적자는 올해 3조20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31조 원으로 늘어나고 의료비도 2012년 101조 원에서 2025년에는 419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현재 논의 중인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 의료비 부담 완화 등 복지제도 확대와 막대한 통일비용까지 감안하면 국가 부채는 일본처럼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정부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부 공기업과 지자체 공기업의 심각한 비효율 문제는 많은 부처 및 제도와 얽혀 있으므로 한두 가지 대증요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개혁을 하려면 장기재정 전망, 재정사업 비용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재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구심체를 설치해서 각 기관의 개혁을 독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관이 자율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개혁을 못한다. 내부 직원이나 수혜계층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개혁 압력을 넣어 개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기획예산처에 정부개혁실을 둔 바 있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는 ‘정부 재창조’ 작업을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이 지휘했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 전 건설교통부 장관 jcchoij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