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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나는 눈감지 않았다

입력 | 2013-07-13 03:00:00

‘정의의 휘슬’ 내부고발자들 ‘보복의 사슬’




고난을 각오하고 조직 내 ‘침묵의 카르텔’을 깬 내부고발자들은 음지를 배회해 왔다. 해임 파면 등 불이익은 기본이고 ‘배신자’ 낙인에 신음했다. 사적인 의리가 정의 준법 등 공동체적 가치를 압도하는 우리 특유의 정서가 이들을 짓눌렀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99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주요 공익신고를 한 50명의 ‘내부고발 이후의 삶’을 추적했다. 28명은 공익신고를 한 지 1년 이내에 파면되거나 해임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도 전보 조치(6명), 정직 및 재계약 거부(3명), 승진 누락(1명), 군 검찰 기소(1명), 폭로할 당시 부대를 이탈한 혐의로 실형 선고(1명), 동종업계 근무 불가(1명) 등의 불이익을 당했다.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은 9명은 회사를 나와 폭로했거나 타 기관의 비리를 제보한 경우였다.

이들 50명은 대부분 당시 기억을 힘겹게 끄집어 냈다. 언론의 연락을 처음 받아 봤다며 혼자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기억을 조심스레 되짚어 보는 이도 적지 않았다. 5, 6년째 소속 기관과 지난한 법정소송을 벌이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들의 투쟁은 거의 조명받지 못했다.

실명과 얼굴을 당당히 공개하자는 취재팀의 설득에 응한 공익신고자는 3명 중 1명꼴인 18명이었다. 처음엔 얼굴 공개에 동의했다가 마음을 바꾼 사람이 5명이었다. “새 직장에 겨우 적응했는데 또 주홍글씨가 새겨질 것 같다” “또다시 보복당할까 봐 겁난다” 등의 이유였다. 관료들의 부패를 폭로해 수백억 원의 국고를 아끼고 에이즈나 간염에 오염된 혈액이 유통되는 실태를 고발해 수백 명을 위험에서 구한 영웅들이 숨죽여 지내는 현실 자체가 부조리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불의에 맞설 수 있을까.

최근 원전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원전 비리 제보자에게 최고 10억 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나섰다. 공익신고자가 보호받고 존경받는 사회였다면 원전이 비리로 물들기 전 누군가 실태를 폭로했을 것이다. 문제가 불거져 치명적 대가를 치른 뒤에야 내부고발을 애걸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신광영·손효주·서동일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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