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정의의 휘슬’ 내부고발자 ‘보복의 사슬’美, 합리적 의심 있었다면 공익신고 인정英, 법원 판결前 소속기관이 불이익 못줘
미국과 영국은 가장 선진적인 ‘공익신고자 보호제도’를 갖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공익신고의 범위를 더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는 점.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을 180개로 제한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비리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믿음이 있었다면 공익신고로 폭넓게 인정한다. 영국은 부패 신고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사유가 있었거나 비리 우려가 있는 사안을 제기한 경우까지 공익신고자로 간주해 보호한다.
내부고발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는 기관에 대한 국가적 개입도 우리보다 강력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신분보장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해당 기관이 권익위 요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진 공익신고자들이 해임 파면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반면 영국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소속 기관이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미국은 인사처분 집행을 45일간 강제로 정지시킬 수 있다.
권익위는 내부고발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우선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을 현행 180개에서 280개로 확대했다. 학교급식 관련 위생불량이나 불법 자동차 개조 등 위험 운행, 산업기술 유출 등 여러 분야의 신고가 현재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신고하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공익과 관련된 신고를 받고도 법 적용을 할 수 없어 신고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건이 전체 신고건수의 35%에 달했다.
권익위의 신고자 보호조치를 따르지 않는 기관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조항도 추가됐다. 권익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보호조치 결정을 일단 이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부고발자들은 권익위 조치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