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에 길들여진 입… 착한 음식은 심심해종종 라면 싹 비웠죠
이처럼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인 정 PD에겐 큰 결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운전. 운전을 못하는 그는 버스와 택시, 기차 등 온갖 대중교통을 이용해 취재를 다녀야 했다.
그런 정 PD에게 최근 먹거리 X파일팀에 합류한 새내기 김동민 PD(28)는 구세주 같은 짝꿍이다. 운전병 출신인 김PD는 운전 실력만으로도 선배인 정PD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방송을 준비하는 두 달간 아침 일찍 서울에서 검증단과 만나 지방으로 내려갔다. 예컨대 낮에는 대구에서 칼국수를, 저녁에는 경북 청도로 건너가 청국장을 먹은 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이 60일간 이어졌다. 하루에 서너 곳씩 매일 1000km, 일주일이면 7000∼1만 km를 운전했다. 운전이라면 질리도록 해봤다고 자부했던 김 PD는 두 달간 매주 기록을 경신했다.
“군대에서는 누적 거리가 8000km면 휴가가 나와요. 제 경우 8000km가 넘었던 게 상병 때였는데 먹거리 X파일을 하면서 일주일 만에 8000km를 넘겼죠. 두 달간 우리나라 몇 바퀴는 돈 것 같아요.”
오랜 자취 생활로 인공조미료(MSG)에 길들여져 있던 김 PD는 착한식당의 음식들이 너무 심심했다고 토로했다. “착한 음식이 꼭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고 했던 이영돈 PD의 말은 옳았다.
“두 달간 소원이 조미료 들어간 음식을 먹는 거였어요.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입에 안 맞으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음식을 적지 않게 먹었음에도 종종 분식집에 들러 라면 한 사발을 남김 없이 들이켰죠.”(김 PD)
“힘들긴 했지만 착한식당을 고집하는 철학 있는 분이 아직 많이 계시다는 걸 다시 실감했죠.”(정 PD)
“만날 몰래카메라를 찍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어요. 식당만 가면 화면에 거슬릴 수 있는 것들을 습관적으로 치우고 있더라고요.”(김 PD)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